북한 공작선이 확실시되는 괴선박 2척이 23일 일본 영해를 침범, 일본 당국의 추적을 따돌리고 24일 북한 영해로 들어갔다.일본 정부는 금명간 유엔 등을 통해 선박과 승선 인원을 즉각 인도하도록 북한에 촉구할 방침이다. 또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조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북한의 로켓발사 이후 급냉했다가 최근 들어 개선 조짐을 보여온 북일관계가 다시 악화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괴선박 2척이 각각 새벽 3시 20분과 6시 6분께 자위대 경계 범위인 「방공식별권」을 벗어나 18시간에 걸친 추적을 포기했으며, 북한 미그 21 전투기가 인근 해역 상공에 출격했음을 레이다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해상보안청 순시선은 23일 오후 1시께부터 괴선박을 추적, 46년만에 처음으로 1,200발의 위협사격을 가했으며 24일 새벽에는 사상 최초의 「해상경비」 명령을 받은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5인치 기관포로 25차례나 경고사격을 하고 폭탄 12발을 투하했다.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위협사격은 53년 8월 홋카이도(北海島) 해역에서 구소련의 간첩선으로 보이는 괴선박에 대한 위협사격 이래 처음이다. 또 「해상경비」명령은 은 그동안 한번도 발동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일본은 이번 사태에 법률이 허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셈이다.
자위대법은 「해상에서의 인명·재산 보호나 치안 유지를 위해 특별한 필요가 있을 경우」 방위청장관이 총리 승인을 받아 자위대에 「해상경비」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에 해당할 경우에만 적대적 무기사용을 허용, 괴선박에 대한 직접사격이나 격침은 불가능했다.
괴선박 추적이 시작되면서 즉각 총리관저에 위기관리 대책실을 설치하고,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추격 능력이 한계에 이르자 머뭇거림없이 해상경비 명령을 내리는 등 일본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은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일련의 조치에 대해 『불가피하고 적절했다』며 『단호한 안보태세를 내외에 과시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고 야당도 이에 이해를 표했다. 그러나 「북한 공작선임이 확인되지 않아 밀수·밀항선일 가능성도 있었다」는 점에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의 국회 심의와 관련, 일본 정부가 「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과잉 행동을 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군사평론가 마에다 데쓰오(前田哲男)는 『주변사태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더할 나위 없는 선전재료』라고 꼬집었다. 노로타 호세이(野呂田芳成) 방위청장관이 「보다 확실한 조치의 필요성」을 거론, 자위대 활동폭을 넓히기 위한 법개정을 시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의문을 뒷받침한다.
한편 공안당국의 조사에서 괴선박중 한 척이 지난해 고치(高知)현 앞바다 각성제 대량 밀반입 사건 당시 달아난 북한 공작선과 극히 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괴선박 침투 목적은 공작원 잠입·탈출, 일본 주변 정보 수집, 각성제 밀반입 등 다양하게 점쳐지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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