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 원(56)은 논쟁에 적극적인 사람이다.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치고는 드물게 건축 비평이 활발하다. 생산해 낸 비평마다 갑론을박 토론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었다.직접 토론 공간에서 말로 쏟아낸 것은 둘째치고 그가 쓴 건축비평들이 신문에 적지 않이 실린 것만 봐도 그의 논쟁가적 기질을 눈치챌 수 있다. 비평의 주제도 중앙박물관 철거·이전 경부고속철도 경주 통과 동강의 영월댐 건설 새만금 간척사업 등 사회문제로 불거졌던 일들이 많다. 「동강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의 대표를 맡아 직접 영월댐 반대운동으로 뛰었고, 99년 건축문화의 해 밀레니엄사업 집행위원장으로 제도권에서 올바른 건축문화를 만드는 작업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김씨가 이번에 열화당에서 책 한 권을 냈다. 제목은 「우리시대 건축 이야기」. 멀게는 77년부터 가까이는 지난 해까지 우리 나라 곳곳의 개발, 건축문화·교육, 건축가들에 대한 생각들을 한 군데 모아 놓았다. 대부분이 잡지와 신문에 발표했던 글이고 최근에 쓴 몇 편은 발표 않고 있다가 이번에 책을 묶으면서 처음 소개했다.
앞서 말한 비평말고도 이 책에는 독립기념관에 바라는 것 서울은 문화도시인가 필동 수도방위사령부 이전지 활용에 대하여 용산미군기지 이전문제 국보의 등급매기기 등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글들이 상당수 실렸다. 성수대교가 동강나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일까지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한 나라에서 단기간에 건축이나 개발과 관련해 이만큼 많은 일들이 논쟁거리로 등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의 글은 개발의 시대였던 30년동안 「과연 우리의 건축문화는 제대로 된 것이었던가」하는 진지한 반성이다. 논리는 논쟁의 필요조건. 그의 글은 모두 뚜렷한 논점을 가지고 있다. 기능을 앞세우기보다 정신생활을 배려하는 건축, 눈 앞의 이익보다 환경에 가치를 두는 개발, 중앙박물관 철거가 너무 섣부르게 이루어졌다는 지적, 영월댐 건설이나 새만금 간척사업이 어처구니 없는 환경파괴라는 비판도 모두 이런 기준에서 나왔다.
책 가운데 「새로운 건축예술론의 필요성」에서 동선(動線)은 길수록 좋다는 역설이 나온다. 『만일 어느 주택에서 밤에 서재의 불을 끄고 침실까지 가는 긴 복도를 지날 때, 복도의 몇 개 창을 통해 달빛이 흘러 들어오고 또 가끔 별이라도 총총 볼 수 있다면』 조금 걷더라도 이런 집은 훌륭한 주택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범수기자 bs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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