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외국기업] 맞수구도가 바뀌고 있다
1999/01/10(일) 18:44
한국의 대표적 유통업체인 신세계의 최대 경쟁자는 누굴까. 대부분 『롯데 혹은 현대백화점…』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지난해였다면 정답에 가까웠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요즘 신세계는 전통의 경쟁상대보다는 99년들어 급격히 점포망을 늘려나가는 프랑스계 할인점 까르푸(Carrefour)와 월마트(Wal-Mart)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격적인 산업화가 진행된 60년대이후 40년동안 지속돼온 한국산업의 「맞수구도」가 변하고 있다. 갯벌에 소리없이 밀려든 바닷물처럼 98년이후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곳곳에서 토종기업과 대결, 「개방시대의 신맞수」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최고와 세계최고의 대결 외국기업들은 생활용품, 유통은 물론 정유, 화학, 금융, 기업컨설팅 등 전산업에 걸쳐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세력의 가장 강력한 도전이 이뤄지는 곳은 은행, 보험 등 금융업종. 올들어 70년전통의 시중은행인 제일은행이 미국자본에 넘어갔고 시티, 홍콩상하이은행도 토종은행들과 대결을 선언한 상태다. 자산규모 340조원을 자랑하는 미국 메트라이프가 대한생명에 예정대로 10억달러를 투자할 경우 보험업계 역시 「삼성-교보-대한」의 3각 경쟁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90년대 중반까지 생활용품업계를 주름잡았던 LG화학, 제일제당, 유한킴벌리도 프록터앤드갬블(P&G)과 유니레버의 약진에 당황하고 있다. 97년 12월 2,128억원을 들여 쌍용제지를 인수한 P&G는 생리대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잡았고 도브비누의 유니레버 역시 비누시장 점유율 1위업체가 됐다.
이밖에 코카콜라, 듀폰,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한국최고」를 주장하는 롯데칠성, LG화학, 한글과컴퓨터 등에게 『세계최고의 맛을 보여주겠다』며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국내업체가 완전몰락, 외국업체가 「맞수구도」를 형성한 업종도 등장했다. 신문용지분야는 노스케스코그, 보워터 등 외국자본이 시장의 73%를 장악했고 F킬러로 유명한 삼성제약이 존슨앤드선으로 넘어간 살충제업계, 질레트가 국내 1위인 로케트전기를 접수한 건전지, 흥농·중앙·서울 등 「빅3」가 외국자본에 투항한 종묘업계에서는 외국회사끼리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변신하는 맞수기업들 「신맞수」구도가 형성되면서 도전장을 받은 한국업체는 물론이고 외국업체 역시 살아남기 위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토종세력들은 외형보다 「수익성」을 강조하는 외국업체를 과감하게 따라배우고 있는데 하나은행 이달용(李達鏞) 이사대우는 『외국은행들과의 경쟁에 대비해 감량화, 사업본부제, 리스크관리 시스템의 강화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세력도 「세계최고가 한국최고는 아니다」라며 한국현실과의 조율을 시도하고 있는데 월마트, 까르푸 등이 야채, 과일의 구입비중이 높은 한국 소비자를 의식, 외국에서와는 달리 「1차식품」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것은 그 대표사례이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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