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총재회성씨권영해 개입가능성만 시사/배후 정치불씨 여전… 고문의혹 규명해야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이 26일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로 사실상 일단락됐다. 이번 수사는 사건의 두가지 초점 가운데 한성기(韓成基·전 포스데이터고문)씨 등 이른바 「3인방」의 총격요청 사실만 확인하고, 그 배후는 밝혀내지 못해 수사측면에서만 보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씨 등이 검찰수사에서 「안기부 고문조작」을 주장하면서 한때 총격요청 자체도 부인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성과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은 한씨 등 3인방과 주변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결국 이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냈으며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관심사인 배후 의혹에 대해서는 결국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검찰 스스로도 수사의 미진함을 인정했다. 검찰은 한나라당측 변호인들의 잦은 면회신청과 고문공방에 따른 신체감정 등으로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검찰은 사건 배후에 대해 「계속 수사」 방침을 밝히는 것으로 결론을 미뤘다.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이 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 등의 관련 정황을 상세히 기술,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관행상 기소후에 적극적인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배후가 제대로 밝혀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의 「계속 수사」 천명은 오히려 결론을 유보함으로써 한나라당측의 반격이나 여론의 비판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결과가 언론이나 안기부, 여·야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에 상당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 이러한 해석을 가능케 했다.
결국 검찰이 배후를 밝혀내지 못하는 한 이번 사건의 정치적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되는 셈이다. 여권으로서는 배후 수사가 계속되는 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입장에서 정치공세를 계속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 또한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끝내 배후 혐의를 밝혀내지 못할 경우 여권이 입을 정치적 타격을 감안할 때 섣부른 정치공세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도 반격을 단단히 벼르고 있지만, 검찰이 「무혐의」 판정을 할 때까지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편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이 안기부의 고문의혹은 별개의 쟁점으로 남아있다. 고문의혹은 그 진실여하에 따라 수사의 정당성은 물론 여야 일방에 도덕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반드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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