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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모 감독 ‘아름다운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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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모 감독 ‘아름다운 비명’

입력
1998.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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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초청에 정신 차릴수 없어요”/데뷔작 ‘아름다운 시절’ 영화제 초청 50곳 넘어서/31일 도쿄서 작품상 도전/역사의 틀을 드나들며 개인 삶의 내면 그려내/“오리지널한 새로움” 호평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계속 밀려오는 국제영화제 초청제의. 50곳이 넘어섰다. A급만 9개다. 몬트리올을 거쳐 31일에는 일본 도쿄영화제 경쟁부문에 나가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최우수작품상(상금 1억원)을 노린다. 11월에만 8개의 영화제가 기다린다. 스웨덴 스톡홀름, 미국 하와이영화제(이상 경쟁부문) 그리스 데살로니키,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 미국 시카고, 오스트리아 빈 영화제 등. 내년까지 쉴 틈이 없다. 이광모(36) 감독의 데뷔작「아름다운 시절」(11월21일 개봉 예정)의 얘기다.

95년 하틀리­메릴 국제시나리오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받아서만도 아니다. 5월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참가한 유명세 때문도 아니다. 외국의 평론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오리지널하다. 스토리와 인물의 관습적 표현이 아니다. 역사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개인의 삶을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대만 후샤오시엔(候孝賢)의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역사의 틀에 개인을 들어앉히기보다, 들락날락하면서 주관과 객관, 성격의 구축과 해체를 반복한다』

감독은 『몰입이 아닌, 거리를 둔 응시의 결과』라고 했다. 한국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진 52년의 삶과 상처들을 그는 강박관념에 가까울 정도로 낡은 앨범이나 일기장을 들추듯 담담하게 그려간다. 『그렇게 할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모습이기에 조금만 다가서면 객관적인 시선이 흔들릴 것 같아서였다』 때문에 카메라는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고, 감독의 고집만큼이나 움직이지 않는다. 그 정적인 미장센에서 우리 모두 삶의 내면을 들여다 보자는 것이다. 이 틀이야말로 그가 말하는 영화의 존재이유다.

시인을 꿈꾸다 영화감독이 된 이광모. 그는 완벽주의자다. 후반작업만 8개월을 쏟았다. 전체 톤을 사진의 바랜 색과 이끼낀 마당색의 배합으로 하기 위해 무려 17번이나 고쳤다. 거리에 따른 소리의 크기 변화도 철저히 지켰다. 그는 영화는 나무나 아이라고 생각한다. 끝임없이 보살펴야 한다. 항상 생각못한 것, 필요한 것이 있다. 시간이 있을 때, 여건이 허락하는 한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정성이 영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지 모른다. 『언제 또 영화를 찍을지 모른다. 한 편에 인생을 걸었다면 아쉬움은 없어야 한다』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이감독은 미국 UCLA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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