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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잡혀야 쓰지요/김경희 여론독자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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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잡혀야 쓰지요/김경희 여론독자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8.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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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분간 쓰고 싶지 않습니다』『뭘 써야 합니까. 뭐가 잡혀야 쓰지요』 칼럼을 써달라고 요청했다가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소리다. 특히 대선이 끝난후 두드러진다. 학자들에게 신문 칼럼은 자신의 지식을 현실에 접목시키고 때론 정부의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보람을 갖게 하는 매체이다. 그런데 활발하게 기고를 하던 이들이 글쓰기를 꺼린다. 무엇때문인가.

 그 이유는 여러가지일 수 있다. 우선 여야 정권교체에 김이 새버린 경우다. 야당정권은 상상도 못했고, 때문에 아예 조용히 지내고 싶은 것이다. 다음으로는 헌정사상 처음 등장한 야당정권에 어떤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지 혼란을 겪는 경우다.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비판을 해야 할지, 지지를 한다면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 또한 비판적 지지란 어떤 것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또 다른 부류는 세상을 해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에 한계를 느껴 글쓰기를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 IMF 구제금융과 여야간 정권교체의 충격 때문이다. 시대의 격변이 인식한계를 넘어버린 것이다. 사실 IMF 사태와 여야간 정권교체는 따로 찾아 왔더라도 쉽게 소화하기 힘든 「사건」이다. 그런데 두 사건이 어깨동무하듯 온 것이다. IMF는 우리가 이루고 쌓아온 것을 송두리째 부정하게 만들었으며 정권교체는 세상을 주도하는 인물과 논리를 바꿔 놓았다. 나라를 다스리던 구정권의 인물이 「구악」이 되고 구정권이 기피하던 인물이 권부 핵심에 앉기도 했다. 추구해야할 이념과 원칙도 변했다.

 그러나 과연 실제로 변화한 것인가. 불행하게도 그런 것 같지 않다. 시대의 변화 앞에서 흔들리는 학자들만 순진하게 보인다. 모두 잠시 당황했을 뿐 국민의식도, 정치권의 행태도, 그리고 관리들의 생리도 예와 다름없다.

 외채위기가 한풀 꺾였다고 느끼자 거리에는 다시 나홀로 승용차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정치권의 구태의연함은 역겹기까지 하다. 최근 벌어진 국회의사당의 추태는 대표적인 예다. 삿대질과 멱살잡이를 하고 투표함위에 올라앉은 의원들의 표정에서는 『이래서는 안되는데…』라는 조그만 자괴감도 찾을 수 없다. 세상은 변화하지 않는 것인지,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이 헛된 일인지 궁금하다. 변화하는 세상에 글쓰기를 포기한 학자들도 딱하지만 그들에게서나마 뭔가 붙잡고 싶은 우리의 마음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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