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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한파로 대기업 자본은 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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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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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 “새 돈줄을 찾아라”/극장주·배급업자들 공동투자 등 통해/다시 돈대기 시작했고 영진공도 지원조건 완화 「영화는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계산에 밝은 대기업들이 뒤질세라 뛰어들었던 영화계에서 올들어 일제히 발을 빼고 있다. IMF 한파로 대기업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충무로는 사활을 걸고 새 자금원을 찾아나섰다. 올 한해 예상되는 제작편수는 70년대 이후 가장 초라한 30여편. 그나마 새 자금원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계 토착자본의 부활, 위험부담을 분산하는 제작비의 공동투자, 영화진흥공사의 제작비지원조건 완화등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생명줄이 될 전망이다.

 영화 1편 제작에 드는 평균비용은 10억∼15억원선. 경제사정을 감안해 초긴축예산을 짠다고 해도 7억∼9억원 정도는 필요하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영화제작사가 시나리오 기획과 배우캐스팅을 확정지으면 삼성 대우 SK 제일제당등 대기업으로부터 비디오판권(4억∼5억)을 포함해 제작비의 80∼100%를 지원받았다. 대기업의 지원이 끊어짐에 따라 제작사가 비디오판권액 외에 조달해야 할 비용은 5억∼6억원.

 우선 다행스러운 조짐은 지난 해부터 충무로 토착자본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 충무로 토착자본의 소유자들은 영화를 통해 쌓은 부를 위기에 처한 한국영화를 위해 환원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전국의 극장주와 배급업자들은 대기업자본 유입 이전부터 사전제작비를 지원하던 전통적인 영화투자자들이었다. 서울극장을 비롯, 전국에 막강한 배급망을 확보한 합동영화사 곽정환사장의 경우 10여년동안 외화수입에 몰두하다 지난 해부터 시네마서비스에 10억원을 투자하면서 한국영화 제작에 다시 손을 댔다. 간접지원한 「올가미」 「편지」등이 짭짤한 수익을 올리자 올해는 자체 영화사를 통해 「실락원」의 직접 제작에 나섰다. 곽씨는 신철(신씨네 대표) 강우석(시네마 서비스〃), 이춘연(씨네2000〃)씨등 유능한 기획자를 끌어들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확보한 메이저로 부상하고 있다.

 허리우드극장, 동숭아트센터등 다른 영화업자들도 올들어 한국영화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외화수입 격감으로 소프트웨어 확보가 절실해진 극장주들도 하나 둘 한국영화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영진공의 제작비 지원으로도 3억원의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영진공은 지난달 재산권 담보나 보증보험이 필요하던 제작비 대출방식을 영화판권 담보로 변경, 10편의 영화에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나리오와 기획안만으로 제작비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이방인」처럼 해외에서 사전제작비를 확보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변방에 우짖는 새」의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기획시대 유인택대표는 『로테르담영화제의 시네마트등에 영화를 내놓자 프랑스 독일의 유력 배급사와 TV방송사등이 제작비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IMF한파로 달라진 충무로의 환경도 1억∼2억원의 제작비를 보태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비디오 대여시장이 올들어 급성장, 비디오판권료가 약 10% 정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며 외화만 주로 수입해오던 TV방송사의 한국영화 판권료 역시 현재 1억원에서 2억∼3억원정도로 인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제작자들은 『무엇보다 대기업들이 제작비 전액투자로 너무 많은 위험을 떠안았던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라며 투자방식의 다각화로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접속」 「체인지」 「할렐루야」 「8월의 크리스마스」등의 투자에 성공, 영화계의 막강파워로 떠오른 일신창업투자금융은 대기업과는 달리 제작사와 5대 5 비율로 투자, 지난 해 20억원의 투자만으로 4편을 만들어 적지 않은 수익을 챙겼다.

 태흥영화사 이태원사장은 『지난 해까지 20억∼30억원짜리 영화들을 혼자 제작해왔으나 올해부터는 개인이 10만∼20만원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국민주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계의 고질적 병폐인 수익분배만 투명해지면 이같은 방식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화세상 안동규사장은 『벤처산업으로 분류된 영화산업을 위해 현재의 세금감면혜택에 더해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계에서는 『그동안 대기업의 영화사업 방식이 배우개런티 및 전반적인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등 부작용을 많이 낳았다』며 『지금같은 위기가 오히려 한국영화의 자생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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