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적 재채기·콧물·코막힘,감기와 비슷/부모 모두 질환있으면 자녀도 75% 확률/항원회피·항히스타민제 요법 등으로 치료 최근 알레르기성 비염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아파트의 확산 등 주거양식의 변화와 대기오염, 스트레스 증가 등이 코에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3대증상은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이다. 즉 연속적인 재채기와 함께 맑은 콧물이 쉴새없이 흐르다가 코가 막혀 호흡이 답답해지는 증상을 보인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원인과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원인◁
가족 중에 알레르기성 비염환자가 있는 경우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모중 한 쪽에 알레르기질환(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천식, 아토피피부염 등)이 있으면 다음 세대가 알레르기질환에 걸릴 확률은 50%, 부모 모두 알레르기질환을 갖고 있으면 그 확률이 75%로 증가한다.
환경적 요인도 중요하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대기오염물질이 증가하고 자연환기가 불량한 에너지 절약형 건물이 증가하면서 알레르기성 비염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구미에선 80년대까지 5∼10%이던 알레르기질환 유병률이 90년대 10∼15%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 연구결과 SO2(아황산가스), NO2(이산화질소), O3(오존), 디젤엔진 배기가스 혼합물 등이 알레르기성 비염 등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
어떤 항원에 대해 과민한 사람이 그 항원에 노출되면 즉시 발작적인 재채기, 콧물, 가려움증 등을 나타낸다. 이런 급성증상은 비강(코 안쪽의 빈 곳)점막내의 특이한 면역글로불린E(IgE) 항체와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의 작용으로 염증이 생겨 나타난다. 항원에 노출된 후 6∼12시간이 지나면 재채기나 가려움증은 적고 코막힘이나 부비동 압박감 등의 증상을 보인다.
증상은 일반적인 감기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감기는 IgE와는 상관이 없고 발병원인이나 치료법이 전혀 다르다. 즉 알레르기성 비염은 비강점막에서 히스타민이라는 화학물질이 다량 증가, 재채기나 콧물을 유발하지만 감기는 바이러스감염이 원인이다. 따라서 감기환자에게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특기할 만한 증상은 일단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기면 담배연기나 향수냄새, 갑작스런 온도변화 등 원인항원이 아닌 비특이적인 물질이나 자극에도 콧물 재채기 등의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알레르기 원인항원 중 가장 빈도가 많은 집먼지진드기는 사람의 피부각질을 먹고 살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습기가 많은 장마철은 물론 난방이 잘 되는 주거환경과 가습기의 사용 등으로 겨울에도 번식, 연중 증세를 유발하는 통년성 알레르기성 비염의 가장 큰 원인항원이 되고 있다.
꽃가루는 해당 계절에만 증상을 유발하는 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의 원인항원이다. 곰팡이도 알레르기성 비염의 원인이다. 요즘 많이 사용되는 가습기는 곰팡이의 온상이 될 수 있으므로 항상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바퀴벌레의 허물이나 배설물, 동물의 털이나 비듬도 원인항원이 된다.
▷진단◁
임상적인 병력과 원인항원을 찾기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우선 재채기, 물같이 맑거나 점액성인 콧물, 코막힘, 눈이나 코의 가려움증 등이 있고 다음과 같은 병력이 있으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할 수 있다.
첫째, 가족중 알레르기 질환자가 있을 경우. 둘째, 여러 가지 알레르기 질환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셋째, 소아기부터 증상이 있는 경우. 넷째, 간헐적, 발작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다섯째, 특정한 계절이나 특정 물질에 노출될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여섯째, 주거형태나 직업환경의 변화와 관련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이상의 병력조사를 통해 알레르기성 비염이 의심되면 원인항원을 찾기 위해 피부반응검사 코점막검사 등을 실시한다.
▷회피요법◁
알레르기성 비염을 퇴치하려면 우선 원인항원과 비특이적인 자극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회피요법을 적절히 실행하기란 쉽지 않고, 회피요법만으로 증상을 치유하기도 무척 어렵다. 하지만 항원에 노출을 줄여 증상을 완화하고 약물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므로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
집먼지진드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노출정도는 많이 줄일 수 있다. 실내에서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침실인데 집먼지진드기도 주로 침실에 서식한다. 따라서 침실에 대해 집먼지진드기 회피방법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꽃가루와 같은 항원은 실외에서는 회피가 불가능하지만 실내의 경우 에어컨이나 공기정화기의 사용, 창문닫기 등의 조치로 노출을 줄일 수 있다. 또 꽃가루가 많은 계절에는 실외운동을 피해야 한다. 동물의 털에 민감한 사람은 애완동물을 키워서는 안된다.
▷약물요법◁
가장 널리 사용돼온 항히스타민제는 비강점막의 혈관과 감각신경에 대한 히스타민의 작용을 차단해 준다. 히스타민은 지금까지 알려진 알레르기 염증의 매개물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가려움증, 재채기, 분비물 증가 등의 급성증상을 유발한다.
항히스타민제는 급성증상을 없애는 데 다른 어떤 약물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이지만, 코막힘에 대해서는 효과가 떨어진다. 최근 콧속에 직접 뿌리는 분무식 항히스타민제도 소개됐다. 치료효과가 빠르고 전신부작용이 거의 없는 게 장점이다. 스테로이드제제는 오래 전부터 알레르기성 질환에 사용돼 왔으나 주사나 내복약처럼 투여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많은 제약을 받아 왔다. 국소용 스테로이드는 가장 강력한 치료약물로 재채기, 콧물, 코막힘, 가려움증 등 모든 증상을 개선한다.
▷면역요법◁
원인항원을 낮은 농도부터 점차 양을 늘리면서 피하주사해 외부에서 항원이 유입돼도 알레르기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법. 근본적인 원인치료라고 할 수 있으나 작용기전이나 치료효과 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따라서 면역요법에 대해 정확한 지침을 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면역요법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심장질환이나 천식이 심한 경우, 임산부 등에겐 금해야 한다.
▷치료전망◁
알레르기질환의 발생원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항인터루킨이나 항류코트리엔, 항혈소판 활성인자 등 새로운 약물은 물론 면역요법의 부작용을 없애고 치료효과를 높인 백신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알레르기 유발 유전자를 찾아내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비강점막의 만성적인 염증이므로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요구된다. 원인항원에 대한 회피요법과 적절한 약물요법은 필수적이며, 이 두가지 치료법이 효과가 없을 때는 면역요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약물은 최소한의 용량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세심히 조절해야 한다. 계절적 요인이나 다른 코질환 때문에 증상이 악화할 때에는 적절한 용량조절이 필수적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현재로선 단기간의 약물투여로 완전치유가 어려운 질환이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전문의의 자문을 받도록 하자.<이철희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이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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