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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계백의 혼이 어린 기름진 들녘(김순경의 지금 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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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계백의 혼이 어린 기름진 들녘(김순경의 지금 가면 좋다)

입력
199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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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했던 전장의 기억을 풍요로 가리운 황금들판/가을의 상쾌함이 가득호남고속도로 서대전IC에서 계룡산 자락을 바라보며 논산으로 이어지는 1번 국도는 가을나들이 길로 색다른 맛이 있다. 그 옛날 백제와 신라의 마지막 결전장이기도 했던 황산벌은 파란 가을하늘 아래 누렇게 익어가는 벼와 산자락마다 차곡차곡 들어앉은 밭곡식이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며 풍요로움을 구가하고 있다. 나들이 길로 그리 알려져 있지 않아 그저 옛 고향길처럼 낯익은 모습이다. 인근의 명소들과 가을철 먹거리 역시 각별한 맛이 배어난다.

서대전IC로 들어가 첫 구간에 개태사와 천연기념물 제265호인 오골계농장이 길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다시 연산사거리를 지나면서 부적면 농협 앞 사거리에서 신라의 5만군과 백제군 5,000명이 마지막 결전을 벌였다는 황산벌 싸움터와 계백장군의 묘, 그의 충정을 기리는 충곡서원으로 들어간다. 돌아나오며 밤나무농장 휴게소에서 가을철 별미로 잠시 숨을 돌리고, 세번째 구간인 관촉사 은진미륵을 들러본 뒤 논산IC로 빠진다. 이렇게 세 구간으로 나누면 서울과 중부권 어디서나 서두를 필요없이 차근차근 당일로 다녀올 수 있다.

이 길의 중심지 논산은 백제의 도읍지 공주·부여와 가깝게 이어진다. 옛 도읍지의 왕릉과 박물관 등을 둘러보고 국도를 타고 하룻길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이곳은 백제권 나들이길에 그냥 스쳐 지나던 곳이어서 이런 때 한번쯤 들러보면 백제문화 이해에 도움이 되고도 남는다.

개태사는 고려 왕건의 원찰이었다. 왕건은 황산벌에서 견훤의 후백제군을 무너뜨리고 하늘의 도움으로 태평성대를 열게 됐다며 이곳에 절을 세우도록 했다. 절이름과 발원문을 직접 지어 보내 왕조의 기복사로 삼았다. 절에는 그의 영정이 모셔져 고려 왕조와 함께 크게 번창했으나 조선조 이후 쇠퇴의 길로 접어들어 지금은 조촐한 절집 몇 채와 석불삼존, 500명 분의 밥을 지었다는 엄청난 무쇠솥 등이 옛 영화를 보여줄 뿐이다.

개태사에서 10여분, 계백장군묘는 비록 패장의 묘이기는 하지만 나라를 지키지 못한 장군의 한과 역사에 남을 충절을 담고 있다. 백제의 옛 땅은 그러나 정치적으로 늘 가려있어 그의 무덤에 대한 배려가 이뤄지지 못한 채 충곡리와 신풍리 마을사람들이 보살펴왔다. 다만 조선조 숙종 때 그의 충절이 크게 평가돼 충곡리에 서원을 짓고 그의 위패를 모시고 분향하도록 했다. 현재 충곡서원에는 유교의 전례를 깨고 무인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계백장군의 묘는 6·25이후 도굴됐지만 마을사람들이 봉분을 돋우는 등의 끈질긴 노력으로 65년 비로소 지방문화재로 지정됐다. 진입로가 포장되고 주차장과 잔디공원, 기념관 등이 들어서 묘역의 면모를 갖추게 됐고 묘역 주변은 그윽한 송림과 잔디밭이 있어 가족이 함께 쉬고 오기에 좋다.

◎먹을거리/오골계·밤요리 등 풍성

계룡산 자락이 원산지라는 천연기념물 연산오골계 농장(0461―736―0707)의 오골계탕과 빨간 알밤이 쏟아져 내리는 논산 밤나무농원(0461―32―7979)의 다양한 밤요리, 계백장군묘 입구에서 1㎞ 들어가면 신풍마을의 저수지를 내다보고 앉은 신풍매운탕집(0461―32―7754) 등이 있다.

오골계탕은 동의보감 원방대로 끓였다는 보신제로 가을철 가족의 건강식으로 그만이고, 밤나무농원의 밤요리는 밤을 직접 갈아 만든 밤전과 밤국수가 가을철 별미로 그만이다. 휴게소에서 알밤을 포장해놓고 팔기도 한다.

◎가는 길/서대전IC로 들어가 논산IC로 돌아나와

전국 어디서나 호남지역을 제외하고 회덕IC를 기점으로 삼으면 된다. 서대전IC로 들어가 차례로 들러보면 논산IC로 돌아나오는 것이 정석이다. 논산에서 길을 바꿔 부여와 공주를 찾은 뒤 천안과 조치원을 거쳐 다시 경부고속도로 돌아오면 된다. 개태사로 들어가는 길은 양방향 U턴 지점을 이용해 들어가야 하고 논산 밤나무 휴게소도 양방향 100m 지점에 U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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