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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아파나시예프 신임 주한 러 대사(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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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아파나시예프 신임 주한 러 대사(한국인터뷰)

입력
1997.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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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통일은 러시아 이익 부합/나홋카개발 등 경제협력 진전/한국의 보다 적극적 투자 절실/4자회담 성사 바람직하나 다른 관련국들도 참여 기대『러시아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하며 남북한이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합니다』 최근 부임한 예브게니 아파나시예프(50) 주한 러시아 대사는 17일 한국언론과는 처음으로 본보와의 단독 회견을 갖고 『러시아와 한국은 아시아·태평양국가로서 정치·경제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이 매우 중요하며 재임 중 실질적인 성과를 맺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한국 대사로 부임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서울에 오신지 3주밖에 안되는 줄 아는데 이달초 한·러시아 경제공동위원회가 열렸고 또 23일에는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외무장관도 방문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바쁜 일정을 보내시는군요.

『프리마코프 장관의 방한 문제부터 말할까요. 러시아 외무장관이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5년만으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3박4일간의 방문기간중 김영삼 대통령, 유종하 외무장관 등을 만날 계획입니다. 프리마코프 장관의 방문은 양국의 동반자관계를 심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한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협력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프리마코프 장관의 방한중 양국이 특별한 조약을 체결하게 됩니까.

『크렘린궁과 청와대간의 핫라인 개설과 양국 공관부지에 관한 협정이 체결될 예정입니다. 또 양국 외무장관들간의 공동성명도 나올 것으로 에상됩니다. 프리마코프 장관의 이번 방한은 러시아가 아·태지역을 중시하고 있으며 한국을 중요한 상대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사의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읍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양국간의 첫 경제공동위원회에서는 나홋카공단 개발에 합의하는 등 양국간 경제협력이 가시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망을 말씀해주십시오.

『양국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나홋카공단 개발에 관해 가서명했으며 조만간 정식으로 조인할 예정입니다. 나홋카공단처럼 한국의 자본과 경제 노하우, 러시아의 첨단기술과 천연자원 및 숙련된 노동력을 합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의 대러시아 투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러시아의 잠재성을 감안할 때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시베리아 등 러시아의 각 지방에 대한 진출도 강화해야할 것으로 봅니다』

―양국은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에 관한 합의를 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데.

『구소련은 서유럽과 대규모의 가스 파이프라인건설에 합의해 현재 이 계획에 따라 가스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르쿠츠크 등 시베리아 가스전의 개발과 파이프라인의 건설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21세기를 내다볼 때 러시아는 물론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각국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읍니다. 이를 위해 한국과 러시아, 중국 등의 관계자들이 가까운 시일내에 협의할 예정입니다』

―구 소련은 북한 신포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려 했읍니다. 북한은 미국과 핵동결 합의의 댓가로 신포에 경수로를 건설할 계획인데 러시아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참여할 의사가 있읍니까.

『구소련이 85년 북한과 신포에 원전을 건설키로 협정을 맺은 것은 사실입니다. 구소련은 당시 신포지역의 지질탐사와 부지조사 등을 실시한 바 있읍니다.

양측은 그러나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결국 이 계획을 포기했읍니다. 러시아는 북한과 미국간의 핵문제에 관한 기본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KEDO에도 원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시한 바 있읍니다. 러시아는 현재도 KEDO사무국과 계속 연락을 하고 있으며 희망하는 조건만 보장된다면 KEDO에 가입할 수도 있읍니다』

―한반도에는 남북이 분단된 이후 현재까지 군사적 대치상태가 계속되고 있읍니다. 최근에는 휴전선에서 총격전이 발생하기도 했읍니다. 한반도 통일에 관한 견해와 앞으로 러시아가 한반도의 평화 및 통일에 기여할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요.

『러시아는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읍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정세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때문에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않으며 모든 문제가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러시아는 남북한의 통일을 지지하고 있읍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한민족이 통일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같은 분단 상태를 영원히 놔둘 수는 없읍니다. 한반도에 통일된 국가가 탄생하면 이는 2차대전이후의 국제상황을 정리한다는 세계사적 관점에서도 그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이와함께 러시아의 이익에도 부합합니다. 러시아 극동지역의 국경에서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또 중요한 점은 경제 파트너로서 시베리아 등에서 러시아와 함께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읍니다. 러시아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또 남북한과 동시에 수교한 국가로서 한반도 문제를 조정하는데 협력할 수 있습니다』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은 미국과 함께 4자회담을 북한에 제의했읍니다. 이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과 4자회담 개최가 성사될런지 여부를 전망해 주십시요.

『러시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4자회담이 성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전에도 밝혔듯이 한반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는만큼 한반도문제와 관련된 회담에 참여하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 4자회담 이외에도 모든 관련국들이 참여하는 회담이 열린다면 기꺼이 러시아는 참가할 것입니다』

―북한을 여러차례 방문하신줄 아는데 최근 북한 주민은 식량난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읍니다. 북한의 실상과 북한이 앞으로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말씀해 주십시요.

『평양 등을 가봤지만 북한의 경제형편이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여부는 북한의 지도자들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제 개인적인 지식과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은 중국과 같은 경제개혁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통해 국민들의 복지를 향상시켰고 국가를 발전시켰읍니다. 북한도 경제의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국민의 복지를 위해 세계 각국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저는 서울에 온지 불과 3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국과 한국인들은 저를 포함해 러시아인들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도와줄 의무도 없는데도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백혈병을 앓고 있는 러시아 어린이들을 치료해주는 등 인정을 베풀어준 것을 잘 알고 있읍니다. 앞으로 이처럼 정부차원만이 아닌 민간단체들과 상호 협력을 긴밀히 해 양국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면 좋겠읍니다. 주한 대사로서 양국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생각합니다』<이장훈 기자>

□약력

▲47년: 모스크바 출생

▲70년: 국립모스크바 국제관계 대학 졸업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능통)

▲70∼75년: 소련 외무부 중국 주재 대사관 근무

▲76∼84년: 소련 외무부 미국 주재 대사관 근무

▲87∼92년: 소련 및 러시아 외무부 미국 주재 대사관 근무

▲94년∼97년 6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 제1국장

▲현 주한 러시아 대사

▲가족: 부인 올가 여사와 1남3녀

▲취미: 애완동물 키우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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