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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만화는 학교폭력 교과서/주인공 모방 부작용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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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만화는 학교폭력 교과서/주인공 모방 부작용 심각

입력
1997.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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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서클 일진회도 「캠퍼스 블루스」 본떠/집단따돌림­후배기강잡기 “비정상 내용”불법 일본만화가 학교폭력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불량청소년들이 만화주인공의 행태를 그대로 모방,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등 일본폭력만화가 최근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학원폭력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최근 속속 경찰에 적발되고 있는 10대 폭력서클 「일진회」는 이름까지 그대로 본뜬 대표적인 경우. 29일 서울노량진경찰서는 일일 록카페표를 강매하며 폭력을 휘두른 박모(17·S공고 2년)군 등 「일진회」 회원 10명을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 송파경찰서도 역시 「일진회」를 결성, 후배들을 집단폭행하고 2백여차례 1천5백여만원을 뜯은 장모(17)군 등 1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앞서 28일 후배들을 집단폭행한 혐의로 서울 중랑경찰서에 의해 검거된 이모(16)군 등 11명이 결성한 폭력서클의 이름도 「일진회」였다.

일본만화 「캠퍼스블루스」에서 「일진회」 회원들은 학교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학생들로 다른 학생들을 「이진」으로 부르며 집단 따돌림(이지메)하거나 다른 학교의 일진회와 패싸움을 일삼는다.

무라카미 모토카의 만화 「용」은 학교폭력배들이 의식과 행태를 배우는 교과서. 이 만화에서 무도전문학교 폭력서클 멤버들은 선배에게는 9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하고 심지어 목욕탕에서 선배를 만나면 무릎을 꿇어 인사한다. 반면 후배들에게는 각목으로 줄줄이 기합을 줘 기강을 잡는다.

일본 폭력만화의 내용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파괴하는 것들이다. 「남자의 바다」 주인공은 폭력행위를 훈계하는 담임교사에게 권총을 겨누는가 하면 담임 교사와 애인을 일진회원 30여명과 함께 지하철 안에서 무참하게 폭행한다. 경찰관까지 폭행하는 내용이 나오는 「좋은 친구들」에서는 폭력서클간 싸움에서 스패너, 잭나이프, 맥주병, 야구방망이 등의 흉기가 거침없이 난무한다.

이밖에 「방랑자 대장」 「남성시대」 「별 볼일 없는 블루스」 「요새학원」 등 남녀고교 폭력서클을 내용으로 하는 일본 만화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만 해도 50여종이 넘는다.

이들 만화들은 대부분 학교앞 문구점이나 서점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으나 단속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정상학생들까지도 폭력적인 정서로 오염시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H중 조모(29·여) 교사는 『중학 1년생 가방에서도 폭력성과 선정성이 짙은 일본만화가 종종 발견된다』면서 『교사들이 보기에도 심한 내용을 담은 일본만화의 폐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종기 이사장은 『일본 만화는 음란성도 문제지만 더 큰 해악은 폭력성에 있다』며 『불법 반입된 만화가 학교 앞에서 버젓이 팔려 학원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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