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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국내산업 ‘구름 많음’/섬유 등 경공업·가전 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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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국내산업 ‘구름 많음’/섬유 등 경공업·가전 도태

입력
1997.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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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유화·항공 고전/철강·조선은 현상유지/반도체·정보통신 성장21세기 국내 산업의 앞날은 과연 밝은가. 일부 부문을 제외하고 국내 산업의 전반적인 기상도는 「흐림」이다. 후발국의 추격, 시장확대의 한계, 경쟁 격화 등 전반적인 여건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과 LG경제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사회연구원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종합, 재구성한 2005년 산업분야별 기상도는 이렇다.

먼저 치열한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도태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섬유를 비롯한 경공업 분야와 가전산업. 섬유산업은 2000년 이후 내수시장 성장률과 수출 증가율이 각각 9%, 3%로 낮아지고 중·고가 외국 브랜드와 중국 동남아국의 저가의류 침투로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도 크게 잠식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업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국내 시장의 수요가 이미 한계에 이르러 더 이상 늘어 날 여지가 없는데다 중국 동남아국의 급성장으로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 등 첨단제품과 멀티미디어 관련 제품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사양화할 전망이다.

자동차와 석유화학 항공산업도 경쟁력 약화와 시장조건 악화로 고전이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96년 20%, 10%였던 수출과 내수증가율이 생산기지 해외이전과 경쟁심화로 2000년대에는 10%, 3∼5%로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이며 내수시장에서의 수입자동차 점유율도 5∼10%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분야는 생산설비가 2000년에는 현재보다 70∼80% 증가, 공급과잉 현상이 우려된다. 내수시장의 한계와 수출부담 증가, 세계적인 설비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수익성이 계속 나빠질 것이다. 한국형전투기사업(KFP)과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이 진행중인 항공산업은 정부의 고등훈련기개발사업(KTX2)이 사실상 무산된 상태인데다 유럽 항공사와의 공동개발계획도 불확실한 상태여서 산업전체가 공동화될 위험이 있다.

현상유지나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철강과 조선, 일반기계 정도다. 철강산업은 자동차 산업의 성장 한계에 따른 내수 감소로 2000년대에는 정체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출경쟁력이 높아 장기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국내 철강산업이 포화상태에 있고 중국 등 후발국들의 투자확대로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조선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일본과 과점체제를 유지하며 2000년까지 6% 내외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시장 상황 악화와 중국 폴란드 등 후발 조선국의 추격으로 가격경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일반기계는 10% 내외의 생산성장율로 현상유지를 하겠지만 대일 수입의존도는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건설부문은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산업은 멀티미디어 및 D-RAM 수요가 증가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비메모리칩 분야의 투자가 늘어나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현재 10% 수준에서 15%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부문은 지속적인 사회간접자본(SOC)투자와 주택수요로 17∼20%의 안정적인 성장 추세가 예상된다.

정보통신분야는 전체 산업중 가장 전망이 밝은 분야. 기술혁신과 수요증가, 새로운 서비스와 단말기의 개발, 종합정보통신망(ISDN) 구축, 디지털통신과 위성방송수신기 시장의 폭발적인 증가에 힘입어 연간 20% 이상의 급성장이 기대된다.

한편 미래산업으로 평가되는 생명공학 신소재 정밀화학 환경공학 등 첨단과학산업의 경우 장기적인 시장발전성은 있지만 대부분 중소업체 위주인데다 시장이 좁고 기술수준도 걸음마 단계여서 발전 가능성은 희박하다.<배성규 기자>

◎절삭공구 생산 양지원공구/세계에 우뚝 선 ‘대추씨’같은 중기/정확한 시장진단·기술투자로 불황 극복/폴크스바겐·GM에 납품 세계 3대 업체로

『쇠를 깎는 쇠로 세계를 제패한다』

국산 소비재가 끊임없이 외국산에 밀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자그마한 부품 제조에 매달려 세계 굴지의 업체로 우뚝 선 기업이 있다.

세계 금속 기능인들은 국내 절삭공구 전문업체인 양지원공구(대표 송호근)의 「YG」마크가 새겨진 날이 달린 전동드릴이 낯익다. 양지원공구는 내수시장은 물론이고 포드 폴크스바겐 GM 등 세계적인 기업의 주문을 받는 세계 3대 공구업체의 하나다.

내수시장이 불경기로 주저앉은 지난해에도 이 회사는 매출이 오히려 20%가량 늘어 3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올해 목표는 매출 400억원대에 진입하는 것. 경기는 최악이지만 이를 핑계로 공격적 경영의 고삐를 늦출 수는 없다. 81년 경기 부평에 종업원 12명의 작은 공장을 세우면서 창업한 양지원공구는 처음부터 세계시장이 목표였다. 자체브랜드로 수출을 시작한 것이 설립 2년만인 83년. 현재는 미국과 북아일랜드에 현지 공장을 갖고 있고 1월에는 100억원대 매출 규모의 독일 공구업체 PWA를 인수할 정도로 탄탄하게 성장했다.

양지원공구의 제조 품목은 금형가공에 필요한 드릴 등 절삭공구의 핵심부품인 날 부분. 쇠를 깎아 내는 쇠인 만큼 재질이 강해야 하고 예리함이나 내구성도 뛰어나야 한다. 정교한 제품설계나 모델개발도 필요하지만 노동자들의 정밀하고 숙련된 기능과 고도의 집중력이 품질을 좌우한다.

노동자들이 장인정신을 갖고 작업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제품의 불량률을 줄이고 완성도를 높이는 비결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노동자들이 회사에 불만을 느껴 이직하는 사례가 적어 종업원 300여명 중 30%이상이 5∼10년 이상 근속자이다.

양지원공구 홍승모 상무는 『정확한 시장진단과 계속적인 기술투자로 품질을 높여 가는 한 사양산업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경화 기자>

◎제조업 살릴 비결은 ‘산업구조 조정’/기술집약산업으로 전환뿐아니라 기존사양산업 첨단화도 병행

기술력 한계와 후발개도국의 저가공세로 위기에 처한 국내 제조업의 회생방안은 없는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과감한 산업구조 조정과 체질개선을 통한 첨단화·고급화·특성화만이 살 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 후발국들의 급성장으로 인해 예전과 같이 저임금에 기초한 가격경쟁으로는 살아 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 공동화를 막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산업 구조조정이다.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적 단순조립산업에서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산업으로 전환하는 것. 그러나 산업간 구조조정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무작정 사양산업을 포기하고 첨단·유망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산업연구원 서제일연구위원은 『후발국에 비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무조건 포기하기보다 정책적 지원과 고급화 전략을 통해 회생시킬 필요가 있다』며 『대만의 경우 특성화와 소량주문 생산체계로 높은 이윤을 올리는 중소기업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산업간 구조조정」보다는 「산업내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고부가가치 유망산업으로 전반적인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섬유 신발 생활용품 등 기존 사양산업을 정보화·첨단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산업내 체질개선이 더 절실하다는 것. LG경제연구소 오정훈 선임연구원은 『산업의 중심이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산업의 첨단화도 중요하다』며 『신소재, 최신 디자인, 뉴브랜드 개발 등으로 고급화·특성화하면 사양산업도 얼마든지 첨단산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구조 조정비용의 최소화가 관건이다. 산업연구원 송병준 박사는 『사양산업에서 유망산업으로의 전환비용과 기술개발 및 고급화를 위한 기업의 체질개선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정부는 각종 시장·기술 관련 정보를 풍부하게 생산, 공급하고 자진 파산과 업종전환, 기업간 인수·합병, 일부 사업부분의 매각과 조정 등이 용이하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진국과 후발개도국 사이의 틈새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다. 송박사는 『선진국이 건드리지 않는 독특한 영역 또는 기술수준은 선진국보다 한단계 낮지만 후발국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는 틈새시장을 발견하는 것이 기업의 과제』라며 『벤처기업이나 유망 중소기업의 육성을 통해 지식과 기술 창의성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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