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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금융자본 분리」 지켜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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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금융자본 분리」 지켜야(사설)

입력
1997.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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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재벌그룹들에 시중은행의 지배권까지 넘겨 줘야 하는가. 시중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로 전락하는 경우 재벌그룹 특히 극소수 상위재벌 그룹들의 경제지배력은 가공해진다. 한국은 글자 그대로 「재벌공화국」으로 굴절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재벌그룹들이 시중은행을 지배하는 경우 그 폐해는 이처럼 엄청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다음주에 결단내리기로 한 은행의 소유구조개편문제에서 통찰력 있고 사려깊은 결정을 해줄 것을 각별히 요구한다.

우려하는 바는 정부가 그동안 천명하고 준수해 온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이번 결정에서 완전히 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자본(재벌)이 시중은행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은행의 건전성과 예금자의 보호를 위한 것이다. 우리는 한보그룹뿐 아니라 지금까지 도산한 재벌그룹들의 파행적 경영에서 계열금융기관이 그룹의 사금고처럼 남용돼 온 사례를 수없이 봐왔다. 한편 모기업의 돈줄 노릇을 해온 계열금융기관은 침몰하든가 다른 기업에 흡수·통합됐다. 상위재벌그룹이라 해서 행태가 다를 것으로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상위재벌 그룹들의 경우 경제력집중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사금고화의 폐해와 파산시의 충격위험도가 나라 경제에 심대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 재벌이 경제력집중을 완화하고 경영이 투명화되지 않는한 재벌의 은행지배는 계속 허용돼서는 안된다. 재정경제원은 은행의 주인을 실질적으로 찾아주겠다는 생각에서 동일인 주식지분 한도를 현행 4%에서 10% 또는 그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고 은행장도 주총에서 자율적으로 선임하도록 할 구상을 갖고 있다는 설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개혁위원회는 제1차권고안에서 동일인 지분한도를 4%에서 10%로 올리고 은행장을 선출하는 비상임이사구성을 대주주 70%·공익대표 30%로 대주주중심체제로 변경시킬 것을 건의했다. 조흥 등 6대 시중은행의 대주주는 현재에도 5대 재벌그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주주권의 실질적 행사를 허용하고 동일인 지분한도를 높인다면 재벌그룹 사이에 시중은행 주식매입경쟁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는 듯하다.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를 제대로 하자면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지배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대전제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금개위나 재경원은 재벌이 은행을 지배해도 관계재벌에 대한 대출을 엄격히 제한하면 재벌의 사금고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어떻게 이것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을 밥먹듯 상실하고 있는데 소유와 경영을 어떻게 분리하겠다는 것인가. 동일인 지분한도를 높여서는 안된다. 또한 은행장 선임에서 대주주의 영향력도 계속 제한해야 한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은 견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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