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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명단 공개하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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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명단 공개하라(사설)

입력
1997.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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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라는 정경유착비리의 터널 끝은 어디일까. 우리 사회의 총체적 정경유착비리인 한보사태가 정·관계를 강타한데 이어 그 불똥이 드디어 언론계에까지 확산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당초 한보사태가 터졌을 때 언론계에도 40여명의 소위 「언론계 리스트」가 나돌았다. 솔직하게 말해 우리는 당시 그것이 사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누군가가 「끼워넣기」식으로 만든 것이겠거니 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또 이 사건이 그후 정·관계의 관련사실에만 초점이 맞춰진채 더 이상의 진전이 없어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그런데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가 비록 출입기자들과의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했다고는 하지만 언론계 관련사실을 말한 것으로 일부 신문이 전하더니 이제는 이 고위인사의 이름을 거명한 구체적인 보도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 관계자는 『한보 돈이 언론사 간부들에게 흘러들어갔는데 이 가운데 두 사람은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이 구체성을 띠고 있는 것이나 발표방식으로 보아 정부는 이미 이에 관한 상당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믿어진다. 따라서 이제 이 문제가 더 이상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마땅히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당국은 이런 식으로 흘려 언론계 전체가 매도당하도록 할 게 아니라 즉각 관련자료를 공개, 관련 언론인을 다른 한보관련인사들과 똑같이 의법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줄 안다. 그렇지 않고 이를 계속 은폐하는 경우 한보와 무관한 수많은 언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며 이번 사건의 다른 관련자들과의 형평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는 일에 언론이라고 결코 예외적일 수는 없다. 언론의 주요한 역할이자 사명이 사회의 비판기능일진댄 먼저 비판자로서의 떳떳한 자세를 가져야 함은 불문가지다. 남을 고발하고,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이다. 자신의 곪은 부분엔 눈을 감아버리고, 남의 허물은 들춘다는 것은 사리에도 안 맞는 일 아닌가. 만약 이 관계자가 밝힌 것이 사실이라면 당국의 의법처리와 함께 언론 스스로도 앞장서서 자신의 허물을 과감히 도려내도록 해야한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해 우리는 발설자의 의도에도 한가닥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물타기」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의 「리스트」수사단계에서부터 이미 언론계에 대한 이런 「외곽때리기」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되기도 했다. 거듭 지적하지만 당국이 언론인 관련설 흘리기를 통해 혹 「과연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하는 반사이익을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한보」는 그 실체를 끝까지 파헤쳐야 할 국가적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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