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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활개칠 구멍 우려/당정,실명제보완대책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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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활개칠 구멍 우려/당정,실명제보완대책 문제점

입력
1997.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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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생략 무통장송금 ‘사과상자’ 역할 가능/“부작용 대가 다 치른 마당에…” 비판론도정부와 신한국당이 28일 내놓은 금융실명제 보완대책은 「보완」을 넘어 자칫 실명제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개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하자금의 산업자금화를 촉진하고 국민의 편의를 증진한다는 명분 아래 정치자금의 음성적인 거래루트까지 뚫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입출금 거래시 실명확인 절차를 생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부분이다. 즉, 금융기관에 계좌를 개설할 때에만 실명을 확인하면 입출금처럼 돈이 실제로 이동할 때에는 실명확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송금시에도 현행 30만원이하로 되어 있는 실명확인절차를 완화, 송금한도를 2천만∼3천만원 수준으로 대폭 상향조절할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무통장 송금 역시 액수제한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이는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여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는 금융실명제의 대전제와 상충하는 것이다. 또 가짜 실명, 즉 차명이 여전히 많아 변칙 입출금이 조장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무통장 송금은 불법적인 정치자금과 뇌물 등 검은돈을 주고받는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무통장 송금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분명한 계좌이체와는 달리 가명으로도 돈을 보낼 수 있어서다. 한보사태 등 최근의 정경유착 사건에 돈을 주고 받는 수단으로 그 무겁고 불편한 「사과상자」가 애용된 것도 입출금과 송금시 실명을 확인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물론 액수가 완전 자유화할 것 같지는 않다. 현재 법무부가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 자금세탁방지법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이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안의 시행령에 넣겠다는 생각이다. 이종성 세제총괄심의관은 『재경원 금융정책실과 법무부가 협의해 실명확인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범위를 만들어 시행령으로 뒤받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생각은 다르다. 법무부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법과 실명확인과는 별 관계가 없다. 법률안에 넣든, 시행령에 넣든 재경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금처럼 재경원과 법무부의 「사인」이 맞지 않을 경우 실명제는 완전히 실명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실명확인이 면제되는 입출금 및 송금의 액수가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재경원은 현재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3,000달러(한화로 약 270만원), 일본은 3,000만엔(약 2억원), 독일은 2만마르크(약 1,000만원)를 넘는 경우에만 실명확인을 하고 있다.

보완대책의 큰 줄거리는 지하자금 양성화를 통한 산업자금 조달과 국민들의 불안심리 및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다. 『당초 82년도에 만들었던 금융실명제는 과거를 바로 잡겠다는 것보다는 세금을 제대로 내게 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데 역점을 두었었다』는 강경식 경제부총리의 지론과 정치권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대선을 앞두고 종합과세대상자 4만명 등 기득권층의 이익만을 중시하며 사실상 소급입법 형태를 취함으로써 정부가 시키대로 실명전환을 한, 「성실한」사람만 손해를 보게하는 등 형평성과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또 과소비나 자금난 등 금융실명제에 따른 부작용, 즉 사회적 대가를 이미 지불한 마당에 제도를 다시 바꾸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준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한편 당정은 이같은 내용의 실명제 보완방안을 29일 공청회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뒤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대체입법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름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안이다.<김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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