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비리와 김현철씨 파문속에 집권당인 신한국당이 갑작스런 내각제 개헌에 관한 논란으로 소연하다. 일부 당고문들이 권력구조의 개편론을 제기한데 대해 당지도부는 견제할 움직임이고 임기내 개헌은 있을 수 없다고 누차 밝혔던 김영삼 대통령은 절대불가를 강조하여 눈길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권력구조 개편의 논지나 제기시기, 제기의 방법이 과연 대국적 견지에서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여권내의 권력구조개편 주장은 이한동 이홍구 상임고문이 오늘의 국정혼란과 국가위기는 대통령 한사람에게 지나친 권력집중에서 비롯된 것인만큼 내각제 개헌을 하거나 현행헌법 테두리 안에서 권력분산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한 것이다. 또 김수한 국회의장이 김대통령에게 현재의 난국이 수습되지 않을 때는 내각제 개헌의 검토를 건의한 것 등이 주류를 이룬다. 이같은 주장들은 한보비리나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등에 따른 국가혼란이 대통령의 독선 독주에서 비롯된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발상과 시기가 국민들로서는 씁쓸하기 그지 없다.
사실 양대 권력구조인 대통령 중심제와 내각책임제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난센스다. 각기 장단점을 지니고 있으며 제도의 채택은 그 나라의 정치문화와 관습 및 국민의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개헌주장에 국민이 불쾌감을 갖는 것은 발상이 대승적 차원에서라기보다 후보경선과 대통령선거, 그리고 그 후의 정치적 입지와 이해에 의해 제기된 면이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되풀이 강조하지만 국민들은 「개헌」하면 일단 경계부터 한다. 이는 49년간의 헌정기간동안 9차례의 개헌중 발췌, 사사오입, 3선개헌 등에서 보듯이 거의가 집권자의 권력야욕에 의해 이뤄졌던 것이다. 따라서 부정부패와 국정의 난맥상을 마치 권력구조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말도 안된다. 한마디로 위정자의 잘못과 시행착오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이요 모법이다. 헌법이 영구불변한 것은 아니지만 손질할 때는 국익향상과 민주발전, 그리고 기본권 신장차원에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정당당하게 추진돼야 한다. 혹시나 당대표에 대한 반발과 정치적 계산에 의해 제기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지금은 한보와 김현철씨 사건의 진상규명과 흐트러진 민심수습이 시급한 과제다.
만일 여권인사중 내각제개헌을 추진할 뜻이 있다면 국민과 당원을 납득시킬 수 있는 당당한 논거를 제시하여 정강정책의 변경 등 당내 절차에 이어 국민공론에 부치는게 도리요 순서다. 정치적 선전과 과시용의 단발성 제기는 삼가야 한다. 내각제 개헌에 관한한 야권 대통령 후보단일화를 연관시키려는 국민회의의 태도역시 지극히 정략적이다. 국민과 당원의 의사를 타진하고 대통령제의 당책부터 바꿔야 한다. 개헌론이 선거전략에 의해 들먹이고 이용하려는 것은 헌법을 모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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