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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애와 독선(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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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애와 독선(지평선)

입력
1997.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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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자면 유능한 것만 가지고는 안된다. 인심을 얻지 못하면 실패하기 쉽다. 공석중인 미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됐다가 상원 인준청문회를 견디지 못하고 사퇴한 앤터니 레이크가 그런 경우다.그는 그만두면서 『워싱턴 정치는 난장판(Haywire)』이라고 의회에 비난을 퍼부었다. 앞으로 CIA의 과제가 무엇이며 어떤 생각으로 이 세계 최고 최대의 정보조직을 운영해 나갈 것인지는 묻지않고, 인준대상자의 전력이나 과거의 실수만을 물고 늘어지는 정치인들의 자세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처음부터 그에게서 CIA에 대한 비전 같은 것을 들어 볼 생각이 없었다. 그의 사람됨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가장 크게 논란된 문제는 이란이 보스니아회교정권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것을 그가 독단으로 용인했다는 점이다. 이란은 미국의 무기금수 대상국이므로 그가 이를 포착하고도 필요에 의해 묵인할 생각이었다면 마땅히 사전에 이 사실을 의회에 알렸어야 했다는 것이 의회쪽의 논리다.

의회가 문제삼은 것은 이밖에도 몇가지가 더 있지만, 요컨대 레이크의 지나친 비밀주의와 정보독점욕이 CIA의 수장으로서 두고두고 의회와 말썽을 빚을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인심을 잃은 원인은 아랫사람을 너그럽게 거느리지 못한 그의 성격적 결함에도 있다. 국가안보회의(NSC) 운영방식이 독선적이라는 불평이 끊이지 않았다. NSC 멤버들이 대통령에게 접근하는 통로를 차단하는가 하면 신임 백악관 안보보좌관 새뮤얼 버거나 올브라이트 같은 직속 부하들을 공식석상에서 꾸짖어 망신 주는 일이 잦았다. 재능있는 부하에 대한 시기심이 지나쳐 껴안아 줄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은 귀가 크게 열려 있어야 한다. 그 통로가 총애를 독점하려는 아부배에 의해 일방적으로 차단될 때 정부는 무력증에 빠지고 부패하기 시작한다. 그 이치는 국가기구나 개인기업이나 마찬가지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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