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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공안사건도 증거재판주의 천명/허인회씨 무죄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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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공안사건도 증거재판주의 천명/허인회씨 무죄선고

입력
1996.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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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남파간첩 김동식을 만났는가」에 초점이 맞춰진 허인회 피고인(32)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재판에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것은 첨예한 공안사건에서도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유죄를 입증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의 기본원칙을 적용한 결과이다. 정치권의 논리에 따라 공안사범을 양산해 온 과거의 비민주적 양태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재판부의 의지표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재판부는 8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공소사실의 대부분을 남파간첩인 김의 진술에 의존한 검찰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김의 진술 중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허씨가 신분을 밝힌 초면의 남파간첩에게 신혼여행지 호출기암호 등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는 것이 믿기 어렵다는 것.

또 약속장소에 허씨가 나타나지 않자 일단 피신했으면서도 다시 호출을 통해 허씨를 만났다는 것은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대남공작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어 김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김이 방문했다는 허씨의 사무실에 대한 정황묘사가 사실과 다르고 허씨로부터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다」고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허씨는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실이 없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증거자료로 추가제시한 박광남(김과 함께 활동하다 사살됨)의 수첩기록도 『조작이 가능한 만큼 증명력을 지닐 수 없다』며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8일 구속된지 정확히 1년만의 법정투쟁 끝에 무죄를 입증받은 허씨는 재판뒤 『한국사회에서 간첩사건은 천형』이라며 『가까운 주변 사람들마저도 진실을 외면하려 한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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