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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 ‘감자’/국내 자연주의 문예사조 대표작(고전여행: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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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 ‘감자’/국내 자연주의 문예사조 대표작(고전여행: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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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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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어체·사투리 과감히 구사/일부선 “역사의식 부재” 비난도김동인(1900∼1951년)의 「감자」는 우리나라 자연주의 문예사조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그가 1919년 동인지 「창조」를 창간하고 여기에 「약한 자의 슬픔」을 발표함으로써 우리나라에 첫 발을 내린 자연주의는 바로 「감자」에 와서 완성됐다.

이 작품은 인간이 사회환경에 의해 규정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주의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복녀는 인간의지 도덕성 사랑같은 심성은 갖고 있지 않다. 단세포 생물처럼 환경에 적응하려 할 뿐이다. 그리고 김동인은 이 작품에서 복녀에 대한 어떤 평가도 내리지 않는다.

다른 한편 이 작품은 실제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다가가려 했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지닌다. 「더라」 「이라」같은 문어체의 탈피, 과거형 시제의 개척, 사투리의 과감한 구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감자」의 무대는 싸움 살인 도둑 등 이 세상 모든 범죄의 원천지인 칠성문 밖 빈민굴. 복녀는 가난하지만 정직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예의 바르고 착하게 자라난다. 그러나 게으르고 무능한 남편을 만나면서 착한 성품은 완전히 사라진다.

호구지책을 위해 그는 거지로 나선다. 하루 32전 벌이 송충이잡이를 간 복녀는 우연히 몸을 팔게 된다. 『사람으로 못할 일도 아니고, 일 안하고도 돈 더 받고, 빌어먹는 것보다 점잖기 때문에』 그는 점점 몸 파는 일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날 복녀는 감자밭에서 감자를 훔치다가 중국인 주인 왕서방에게 걸린다. 육체의 위력을 익히 알고 있는 복녀는 용서의 대가로 왕서방에게 몸을 허락한다. 이후 왕서방과의 관계는 남편의 묵인 하에 계속된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왕서방이 다른 여자와 약혼하면서 깨지게 됐다. 약혼 소식을 들은 복녀는 눈이 뒤집힌다.

왕서방의 혼례가 있던 날 밤 복녀는 낫을 들고 왕서방 집으로 가 강짜를 부린다. 그러나 옥신각신하던 중 왕서방에게 낫을 빼앗겨 목을 찔린다. 복녀는 시신으로 변해 왕서방의 집에서 실려 나온다.

사흘이 지났다. 한밤 복녀의 시신을 둘러싸고 세사람이 앉아있다. 왕서방, 복녀의 남편, 그리고 한의사이다. 왕서방은 나머지 둘에게 돈을 꺼내 건넨다. 다음날 아침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의사의 진단에 따라 공동묘지에 묻힌다.

「감자」는 자연주의의 표석을 우리 문학사에 우뚝 세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역사의식의 부재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좌익 문학가들은 이 작품이 불행한 상황을 극복하고 개선해 내려는 인간의지의 존재와 당위성을 소홀히 취급했다고 공격했다.<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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