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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개편… 혹만 하나 더/유승호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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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개편… 혹만 하나 더/유승호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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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은행장들은 골프장에 나간 기억이 까마득하다. 현 정부 출범후 「묵시적인 골프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은행은 분명 주식회사이고 은행장은 주식회사의 전문경영인인데도 공무원들처럼 골프를 끊었다. 그래서 대부분 주말취미는 등산이다. 친구들로부터 『공무원도 아닌데 골프도 못치냐』는 「동정」도 받고 있다.이처럼 최고경영자가 「반공무원」인 우리나라 은행은 일반기업처럼 이익극대화라는 기업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장관 말 한마디에 줄이어 금리를 인하하고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많은 대출을 해줘야 한다. 정치권의 「특별요청」이 있으면 부실기업에 수백억원을 빌려줘 부실은행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은행경영체제 개선방안」은 은행들의 이같은 속사정을 간과하고 있다.

정부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은행장의 독주가 은행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판단, 은행장 선출방식을 바꾸고 경영을 견제할 새 기구를 도입할 방침이다. 물론 우리나라 은행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후계자 지명등 인사권을 독점하고 자신을 은행장으로 추천할 추천위원을 직접 뽑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직도 은행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입김을 도외시한채 은행장에게 「은행의 낮은 경쟁력」에 대한 책임을 모두 돌리는 것은 정부의 무책임한 발상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 새 방안은 재벌들이 은행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 놓고 있다. 은행경영을 감시할 새 기구에는 대주주 대표가 절반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데, 모 재벌은 이미 5개 시중은행의 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벌써부터 『재벌이라는 시어머니를 한 분 더 모시게 됐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간섭과 규제는 줄지 않은채 재벌까지 은행경영에 참여할 경우 경쟁력회복의 지름길인 자율적인 은행경영권 확보는 더욱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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