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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오셨는데요」(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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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 오셨는데요」(천자춘추)

입력
1996.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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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나가면 머리카락이 갈색 노란색 붉은색으로 형형색색이다. 겨우 엉덩이에 걸쳐 있는 바지는 거리의 먼지를 다 청소라도 하려는 듯 땅바닥까지 늘어져 있다. 윗 옷은 밖으로 다 들어내놓고 다니거나, 덥다고 배꼽이 드러난 옷을 입고 다니면서 겨울용 부츠를 신고 다닌다.이들을 「신세대」 혹은 「X세대」라고 부르는데 「요즘 젊은 것들은 못돼먹었고 무례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다. 내 자식이라면 따끔하게 야단이라도 치고 싶다. 그런데 「요즘 젊은 것들은 못돼먹었고 무례하다」는 말은 우리나라 X세대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기원전 5,000년 이집트 토편문서에 최초로 나온다. 우리나라도 19세기말이나 20세기초 신세대에 대한 보고가 있다. 그 때는 상투를 자르고 양복을 입는 것이나, 혹은 마르크스주의에 탐닉하거나 양장을 하고 자유연애를 하는 현상이 「어른」들 눈에 벗어난 대표적인 신세대 모습이었다.

어느 나라나 「신세대」 때문에 세상이 망할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그러나 신세대 때문에 그 사회에 망조가 드는 것이 아니다. 그런 현상은 새 질서를 세울 시점이 되었다는 역사적 경고이다. 그 배후에는 사회·역사적 조건, 기술발전의 수준이 변했는데 옛 가치를 고집하고 변화를 질식시키려는 사회분위기에 대한 저항의 성격이 존재하고 있다.

최근 나는 이유없이 체온이 일주일째 39도 안팎까지 올라가서 병원에 다니고 있다. 의사는 병명이 불명열이라고 하면서 쉬어야만 한다는데 좀처럼 쉴 시간을 내지 못한다. 그런데 의사로부터 들으면 걱정되는 말이 있다. 『치료비가 많이 들겠는데요』 또는 『시간이 좀 걸려야 완치가 되겠는데요』 아니면 『큰 수술을 해야 되겠습니다』 등이다. 그러나 절대 들어서는 안되는 말이 하나 있다. 『너무 늦게 오셨는데요』이다. 너무 늦기 전에 내 몸에 나는 열의 원인을 큰 병원에 가서 확인해야지, 방치하다가 『너무 늦게 오셨는데요』소리를 듣게 될까 두렵다.

우리 사회에 열풍처럼 번져나가는 신세대풍조도 어른들이 방치하지 말고 「너무 늦기전에」 그 배후에서 들려오는 역사의 소리―변화를 이루어야 한다―를 시대의 소리로 들어야 겠다.<권오성 낙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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