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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중편 「새」 단행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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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중편 「새」 단행본 출간

입력
1996.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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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손가정 아이들의 내면세계 차가운 문체로 처참하게 묘사소설가 오정희씨가 중편 「새」를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문학과지성사가 지난 해 이인성씨의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을 시작으로 낸 중편 단행본 시리즈 둘째 권으로 나온 이 소설은 400여장 분량인데 오씨는 지난해 「동서문학」 봄 호에 발표됐던 것을 손 보고 늘렸다.

「새」는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정서의 함몰과 파탄을 풍비박산난 가족과 이웃, 그리고 아이들의 내면을 오가며 그려내고 있다. 섬세하면서 날카롭게 여성의 심리를 파고들어 온 오씨는 이 작품에서도 12세 먹은 계집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본다.

아버지에게 자주 폭행당하던 어머니가 집을 나가 버리자 누이 우미와 남동생 우일은 외할머니집, 외삼촌집, 큰집을 전전한다. 막노동을 하던 아버지가 어느 술집에 매어있던 여자를 돈을 주고 데려와 새 살림을 차리면서 아이들은 그나마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 하지만 새 엄마라는 여자는 아버지가 없을 때는 늘 도망갈 궁리만 하고, 결국은 종적을 감추고 만다. 세를 사는 이웃도 평범하지만 어딘가 한쪽 구석이 허물어진 사람들이다. 어머니 노릇하던 우미에게서 구구단을 못 왼다고 늘 매맞던 동생은 이웃 창고에서 부랑아처럼 지내던 아이들과 자주 어울린다. 우일은 깡패 아이들의 꼬임에 빠져 도둑질을 하다 건물에서 떨어져 초죽음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고, 아버지도 없는 방에서 죽음을 맞는다.

문체는 시종일관 냉랭하다. 마지막 대목에서는 죽은 동생 우일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중얼거리고 있다고 느낀 우미가 몇날 며칠 동생을 이불에 덮어두는 모습을 통해 복구할 수 없는 파괴와 결손의 현장을 처참하게 보여준다.

부대낌 없이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보기 전에 「지저분하게 질척거리고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나쁜놈들이 우글거리는 땅세상」으로 곤두박질치는 아이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우주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되라고 우미라고 이름짓고 우주에서 제일 멋진 남자가 되라고 우일이라 이름」지은 것처럼 빛도 희망도 바랄 수 없이 버려진 이름 뿐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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