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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금융계 고질병 불실·불량채권 회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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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금융계 고질병 불실·불량채권 회수난

입력
1996.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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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 개입 탓이다” 공방 가열/정재계 “담보부동산 강제점거후 경매방해” 공론화/야쿠자 “건물주 의뢰따른것… 정치적 호도책” 반발일본 금융계의 만성병인 부실·불량채권 문제를 놓고 「야쿠자 책임론」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와 뉴스 위크지등 미언론이 지난해 말 일본 금융기관들이 야쿠자의 개입으로 담보물의 경매처분등 부실채권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폭로해 공론화한 「야쿠자 책임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22일 개회한 정기국회에서 주택금융전문회사(약칭 주전·주센)의 손실처리 문제가 최대정치쟁점이 되면서 정계에서도 이 문제가 공공연히 논의되고 있다. 반면 야쿠자 관계자들은 이같은 흐름이 자신들을 속죄양으로 삼아 여론의 화살을 돌리려는 정치적 호도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센 및 부실채권문제는 전적으로 금융기관과 정책당국, 정치가들의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폭로된 야쿠자들의 수법은 강제점거와 경매방해는 물론 노골적인 협박과 살인에까지 이르고 있다. 인감증명서와 백지위임장을 강제로 넘겨받아 은행이 담보로 잡고 있는 부동산에 임차권이나 지상권설정 가등기를 해놓고 금융기관의 경매처분을 방해하면서 사실상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 가장 널리 쓰이는 수법이다.

부동산임대회사인 도겐샤(도원사)의 사사키 기치노스케(좌좌목길지조)사장은 최근 도쿄의 번화가 록폰기(륙본목)의 7층건물을 폭력단관계자들에게 강제로 빼앗겼다고 경찰에 호소했다. 3층까지는 양품점과 카페등이 영업을 하고 있으나 4층이상은 엘리베이터가 끊어져 있고 계단도 쓰레기더미로 폐쇄돼 사실상 정상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건물을 담보로 58억엔을 융자한 금융회사는 원리금을 청산하기 위해 법원에 경매를 신청했으나 이런 상태를 보고는 아무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사사키사장은 부동산브로커를 자칭하는 사람에게 한때 건물관리를 맡겼다. 그 이후 자기도 모르게 건물에 임차권이 설정됐고 서류상 수차례 전대돼 현재 건물에 여러 점포들이 입주해 영업하고 있다. 주변건물의 임대료가 ㎡당 연 6만∼7만엔인데 비해 가등기를 한 정체불명의 회사가 도겐샤에 내는 임대료는 ㎡당 연100엔에 불과하다.

한편으로 불량채권이 된 건물옥상에 판잣집을 짓거나 부지내에 물건을 쌓아놓고 단기임차권을 주장해 금융기관이 경매에 나서면 물러나는 조건으로 거액의 철거비와 「도장값」을 챙긴다. 일반인들에게 혐오감을 주기 위해 쓰레기수거업자와 결탁해 나대지에 쓰레기더미를 쌓아 놓거나 건물옥상에 일장기나 우익단체, 특정종교단체의 깃발을 걸고 경매를 방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스미토모(주우)은행 나고야지점장이나 한와(판화)은행 부행장의 피살처럼 아예 금융기관 관계자를 살해한 예까지 있다. 담보물을 처리하려던 금융기관이 『계속 빡빡하게 나오면 자살자가 나올 것』이라는 협박에 주저앉는 경우도 많다.

이에따라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총리는 22일 국회시정연설에서 주센문제의 조기해결을 약속하면서 『채권회수를 강력히 행할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는 한편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혀 야쿠자와의 전쟁을 시사했다. 그러나 야쿠자의 반발도 만만찮다. 호황경제기 때 대부분의 폭력단이 부동산업에 뛰어들었으므로 거품이 빠져나간 현재 자신들도 피해자이며 언론의 폭로는 보다 큰 비리에는 눈을 감은채 만만한 폭력단만 문제삼는다는 것이다.

가장 흔한 수법인 임차권설정을 통해 경매를 방해하는 것은 자신들의 뜻이 아니라 건물주가 의뢰해온 결과라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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