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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된 우성호 납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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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된 우성호 납치(사설)

입력
1995.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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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민간어선인 제86우성호에 대해 무자비하게 총격을 가해 강제납치한 것은 6·25이후 숱하게 자행해 온 불법적이고 강도적인 인간납치를 또다시 재현한 것이다.이번 어선납북은 실로 미묘한 시기에 일어났고 또 북한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인상이 짙다. 시기적으로 42년간 지속돼온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을 미국에 대해 집요하게 요구하고 이를 위해 최근에는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잇달아 침범까지 하고 있다. 얼마전 이홍구 총리가 자신들의 유일한 형제국인 중국을 방문, 군사협력에 합의하여 자못 경계심을 높이고 있는때에 사건이 발생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로 보기 어렵다.

아울러 미국과의 준고위급회담이 진행중이고 남북한간의 쌀과 경제협력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만큼 자신들의 입지를 유리하게 내세우는데 활용할 공산이 큰 것이다.

이번 우성호의 피랍지점은 비록 북방한계선 북쪽이지만 작년11월 발효된 신 해양법이 설정한 12해리영해(22.1)밖이기 때문에 엄연한 공해상이다. 북한은 지난 77년 8월1일 「군사경계수역」을 일방적으로 선포, 북한연안에서 50해리(92.5)까지를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어 그에 따른다면 영해를 침범한 셈이 된다. 그나마 유성호는 중국이 불법어로혐의를 씌워 배의 중요장비를 압수했기 때문에 50해리 안으로 잘못 들어갔던게 틀림없다. 북한이 기관총격을 가해 납치한 후 중국서 풀려나 귀환중인 어선임을 알면서도 이례적으로 즉각 「영해침범선박의 나포」를 발표한 것도 저들의 속셈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어떻든 정부가 매우 난처한 입장에 빠진 것은 송환교섭을 위한 북한과의 일체의 협상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군사정전위에서 당연히 논의되어야 하지만 북한이 이의 무효를 선언, 인민군대표부를 설치하고 미국과 장성급 단독대화를 요구하고 있어 이를 반대하는 정부로서는 국제 및 북한적십자사를 통한 인도주의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비록 북한의 억지로 군사정전위의 기능이 정지됐지만 저들이 절박한 쌀지원과 대우의 북한남포공단진출허가등으로 시작될 남북경제협력, 그리고 종교인들의 잇단 방북으로 비정치적 분야의 교류등 남북관계가 조심스럽게 해빙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그들이 어부들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경우 손해가 엄청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난날처럼 불법적인 어부납치는 동족은 물론 국제적으로 규탄의 대상이 됨을 알아야 한다. 유성호선원들을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야 한다. 아울러 6·25이후 납치해간 어부, KAL승무원, 해·공군사병등 4백75명도 마땅히 돌려 보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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