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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로 스쿨 탐방­컬럼비아대학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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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로 스쿨 탐방­컬럼비아대학을 가다

입력
1995.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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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교육보다 「생각하는 법」 가르친다/“문제해결능력 배양” 강의시간 끝없는 토론/“법조문은 변호사 시험공부할때나 외우는것”◇로 스쿨의 3가지 강의방식

● 학생 10명이내의 세미나식

● 정원없는 일반강좌·사례 수업

● 법률구조등 사회봉사 활동

 사법제도 개혁방안을 둘러싸고 말들이 무성하다. 그중에서도 미국식 전문법과대학원인 로스쿨제 도입여부가 첨예의 관심거리다. 미국의 로 스쿨은 과연 어떤 곳인가. 교과과정은 어떻게 짜여져 있으며 강의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미국의 대표적 로 스쿨 가운데 하나인 컬럼비아대학 로 스쿨을 찾아 강의를 직접 참관하고 로 스쿨 운영실태등을 살펴 보았다.【편집자 주】

 상오 10시. 참관키로 약속된 5개 강좌중 하나인 한스 슈미트 교수의 국제상사중재 수업이 8W20호 강의실에서 시작됐다. 학생은 모두 7명. 토론 주제는 국가간 무역분쟁이 생겼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상관습법. 발제를 맡은 학생이 준비해온 발제문을 채 몇 문장 읽기도 전에 질문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해당법이 지정돼 있으면 관습법은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인가요』 『양측의 국가법이 아니어도 중재자가 가장 적절한 법을 찾아 적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50분 수업내내 질문과 답변, 토론과 반론이 이어진다.

 이 수업은 컬럼비아 로 스쿨의 3가지 기본 수업방식 가운데 하나인 세미나다. 세미나는 일반적으로 학생수가 10명을 넘지 못하게 제한한다. 수강생이 지나치게 많이 몰린다든가 하는 특수한 경우에만 15명까지 허용한다. 학생과 교수가 밀접한 연관을 맺으면서 보다 특화된 전문분야를 다룰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11시. C, G, E 강의실에서 각각 형사법, 초국적 소송, 국제경제법 강의가 시작됐다. 이 수업들은 정원이 따로 없는 일반 강좌다. 수업은 철저하게 사례위주로 이뤄진다. 형사법 강의에선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례가 제시됐다. 남편이 아내에게 한 과거 행위가 어떠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구타나 폭언여부 및 그 정도가 쟁점이 된다. 아내의 행위를 어디까지 정당화할 수 있느냐가 경우에 따라 달라지므로 끊임없는 질의 응답이 이어진다.

 학생이건 교수건 『법이 이렇다』는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없다. 『이 경우엔 이렇고, 저 경우엔 저렇다』가 있을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이란 바뀌기 마련이고 변호사는 법조문이 어떻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법을 가르치기 보다 법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로 스쿨의 강의방식은 노정호(33)교수와 마이클 영 교수의 설명을 통해 그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컬럼비아 로 스쿨 교수진중 유일한 아시아계인 노교수는 『어떤 상황에 부닥치든 법률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강의의 기본』이라며 『법조문은 변호사시험 공부할 때나 외우는 것이지 강의실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부시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내기도 한 영 교수는 『추상적으로 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 응용함으로써 학생들은 교과서에 나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발해낸 법에 대한 가치관을 갖게 된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어떠한 해결책이 정당하고 실용적인지 터득하게 된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로 스쿨은 매학기 1백과목 가량의 강의를 개설한다. 이중 필수과목 5∼6개를 제외하곤 수시로 강좌가 바뀐다. 교수와 학생의 비율은 1대20. 한 교수가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경우는 없다. 강의 마지막 날에는 학생들에게 설문서를 나누어 주고 강의내용·과제·시험등에 대해 무기명 평가를 하게 한다. 다음 학기에 듣고 싶은 강의도 적어낸다. 이를 토대로 필요없는 강의는 없애고 꼭 필요한 교수는 어떻게 하든 영입해 강좌를 개설한다. 각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라면 학위는 상관 않는다.

 컬럼비아 로 스쿨 신입생의 40%가량은 사회생활의 경험이 없다. 그렇지만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진학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다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온다. 나머지 60%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이다. 공학박사 의사 약사 경찰관 소방관 군인 공무원 신문기자 농부 주부 운동선수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학부에서의 전공도 경제학과 정치학에서 문학 공학 철학 순수과학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가진 다양한 변호사가 배출된다는 뜻이다. 코넬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정태현(23·2년차)군은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요구하는 쟁점이 많아지면서 학부에서 과학관련 전공을 한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84학점의 정규학점 이수와는 별도로 40시간의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 주로 빈민층에 법률도움을 줌으로써 실제 경험도 쌓고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학교를 벗어나 직접 현장과 부딪치는 방식에는 사회봉사 이외에도 클리닉이 있다. 사회봉사와 달리 정규학점에 포함되는 클리닉은 로 스쿨의 3가지 강의방식중에서 가장 실무적인 것으로 이 역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법률구조가 대종을 이룬다.

 하오 1시30분. 마지막 참관 수업인 존 커피 교수의 법인강의가 C 강의실에서 시작됐다. 기업의 인수합병에서 지배주주의 주식매입과 관련된 각 사례가 제시되고 또 다시 피를 말리는 50분 드라마의 막이 올랐다. 이 강의실에는 8시7분37초에서 멈춰버린 고장난 벽시계가 있었다. 이 학교에서 볼 수 있었던, 현실과 동떨어진 유일한 정물이었다.<뉴욕=홍희곤·김준형 특파원>

◎인터뷰/컬럼비아대 로스쿨 랜스 리브만 학장/“우수한 교수 확보가 가장 중요/법도 세계화… 외국법도 알아야”

 컬럼비아대학 로 스쿨의 랜스 리브만 학장은 『로 스쿨이 나름의 역할과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우수한 교수들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리브만 학장은 『한 나라의 법만 알아도 되는 시대는 지났다』며 학장으로서 자신에게 부여된 과제는 교수진의 세계화라고 강조했다. 노동법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리브만 학장은 21년간 하버드대학 로 스쿨 교수로 재직하다 91년 컬럼비아 로 스쿨 학장에 영입됐다.

 ―교수진 충원은 어떻게 하는가.

 『법률회사나 정부등에서 일하다 로 스쿨 교수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매년 1천명 가까이 된다. 학교에서 파견한 교수들이 이들을 인터뷰한 뒤 10∼13명을 선정, 컬럼비아로 다시 불러들여 교수들과 토론을 하게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매년 2∼3명을 뽑는다. 이외에도 꼭 필요한 교수라면 어떤 조건에라도 반드시 영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우수한 교수들이 있으면 우수한 학생들이 오게 마련이다』

 ―학생들이 교수를 평가한다는데.

 『로 스쿨 교수는 매우 어려운 직업이며 많은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노련한 교수들이 젊은 교수들의 수업을 듣고 조언한다. 또 임용 5∼7년 후 정규교수로 임명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교수들의 평가가 기준이 된다. 4명중 1명이 여기에서 탈락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평가도 중요하게 고려된다. 정규교수의 경우에도 어느 교수가 어느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결정할 때 학생들의 평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가장 중요한 과목을 어느 교수가 가르쳐야 하는지를 학생들의 평가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다』

 ―컬럼비아 로 스쿨만의 전통과 명성을 든다면.

 『컬럼비아는 전면적으로 국제화된 최초의 로 스쿨이다. 처음으로 유럽과 아시아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외국학생들의 유학 역사도 75년으로 가장 오래됐다. 국제법에서 컬럼비아와 비교될 수 있는 학교는 없다. 현재의 대법원판사 13명중 3명이 컬럼비아 출신이며 그밖에 미국 사법계의 중요인물들중에도 컬럼비아 출신이 많다. 뉴욕은 세계금융의 핵심지이다. 따라서 컬럼비아대학 로 스쿨은 금융및 상업과 관련된 법률교육도 뛰어나다』

 ―학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국제화다. 컬럼비아에는 이미 70년전부터 유럽법 전문가들이 있었다. 2차대전 이후에는 남미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70년대부터는 중국 일본 한국법도 가르치고 있다. 새로운 사실은 이들 법을 가르치는 교수 이외에 미국법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이제는 외국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도 세계화됐다. 최근에 우리는 외국법 교수뿐만 아니라 모든 교수들을 외국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예산은 어떻게 확보하나.

 『학생들이 내는 학비가 3분의2다(컬럼비아 로 스쿨 학비는 1인당 1년 평균 2만4천달러). 나머지는 동창 헌금이다. 한국의 학장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동창들을 찾아 다니면서 보낸다. 지난해에는 1천2백만달러의 헌금을 받았으며 현재 1억달러이상의 재단을 마련했다. 정부에서 받는 돈은 거의 없다』<뉴욕=홍희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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