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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제한 통일은 “사상누각”(통일3국을 가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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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제한 통일은 “사상누각”(통일3국을 가다:9)

입력
1995.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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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예멘 「정치적 필요성」만으로 협상 전쟁과 장벽의 붕괴가 가져온 베트남과 독일의 통일은 정치적 고려나 지도자의 결단보다는 하나의 상황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예멘의 통일은 다르다. 18년간의 협상을 거쳐 완성된 점진적 과정이었다. 이는 예멘통일이 다른 분단국가의 통일보다 훨씬 정치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국내정치적 요인에 의해 통일협상과 과정이 얼마든지 「조정」 또는 「통제」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양쪽 모두 체제위기모면·정권재창출 속셈

통일예멘이 4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결국 무력재통일의 길을 가야 했는가에 대한 해답도 바로 여기서 찾아야 할 것 같다.예멘에서 만난 많은 정치인이나 학자들은 이 나라의 통일이 「정치적」이었다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살레대통령이 이끄는 예멘국민의회당의 알 하마디니 외교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은 「나는 통일협상에서 두개의 위원회에 속해 있었으나 만나서 한 일은 의례적인 인사가 전부였다.협상테이블에는 계획과 정책과 비전은 물론 상호신뢰도 별도 없었다」고 말했다.

통일협상은 진실한 민족적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사나대 정치확과 알 샤리프 교수는 진단했다.그는 「정치지도자들은 진정한 통일의 의지가 부족했으며 권력의 연장과 관리 차원에서 통일을 바라보았다」며 「통일의지는 오직 국민에게만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예멘국민은 통일의 한쪽 주체가 될 수없었다.사나나 아덴 시민들은 한결같이 통일을 운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단일민족,같은 언어,같은 종교라는 동질성을 갖고 있었고 무엇보다 「이슬람은 한형제」라는 종교적 믿음이 이들에게 있었다.

◎「카트」와 정치/환각·중독성 1년생풀/씹고 환담하는 사랑방서/모든 협상·상담이뤄져

 예멘에는 이 나라만의 독특하고 희한한 기호식품이 있다. 「카트」(QAT)라는 1년생 풀이다. 이 카트라는 풀이 예멘의 정치와 사회와 경제를 움직인다면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래서 예멘에 거주하는 외교관들은 「카트정치」 「카트외교」 「카트경제」라는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

 시내는 일이 끝나는 하오3시께가 넘으면 저녁 늦게까지 조용하다. 이 시간 예멘사람들은 신분의 고하와 남녀를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 카트사랑방에 앉아 있다.

 여린 나무줄기에 부드러운 잎이 달린 카트를 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지며 피로가 가신다고 한다. 환각중독성이 있지만 분석결과 그다지 인체에 해롭지는 않다고 한다. 예멘인들에게 『왜 카트를 씹느냐』고 물으면 『당신들이 술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카트는 혼자 씹지 않는다. 이웃이나 동료, 손님과 함께 씹는다. 적게는 2∼3명부터 10∼20명씩 사랑방에 빙 둘러안자 카트를 씹으며 환담을 하는게 별 오락이 없는 이 나라 국민의 최고의 즐거움이다. 카트를 사기 위해 돈을 번다고 할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와 경제와 비즈니스가 카트사랑방에서 이뤄진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정치의 투명성이 적고 행정이 초보적 수준인 이 나라에서는 카트사랑방안에서 정치가 논의되고 정책이 결정되며 상담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정치지도자들의 카트파티는 정치협상의 자리이기도 하다. 고급정보를 얻으려 하거나 어려운 부탁이 있으면 여기에 가야 한다. 뇌물이 오고가는 곳도 여기이다.

 카트를 없애는 지도자는 그날로 쫓겨날 것이라고 말할 만큼 카트는 이 나라의 국민생활을 지배한다. 카트의 거래규모는 이 나라의 예산과 맞먹는다는 말도 있다. 카트시장이야말로 경제가 엉망인 이 나라에서 언제나 가장 활발한 곳이다.

 내전중에도 카트를 씹는 시간에는 서로 총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였던 남예멘은 카트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한때 주말에만 씹도록 단속하기도 했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카트에 소비하는 돈과 시간을 생산적인 곳에 돌린다면 이 나라가 회생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마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아덴=한기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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