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함락보다는 봉쇄작전펼듯/인근연방 자원군에 체첸 “전의”/양측 양보어려워 유혈종결 못면할듯 러시아군의 진격으로 촉발된 체첸사태는 15일 밤12시(현지시간)로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이 내린 무장해제시한이 끝났으나 체첸측이 협상을 전격제의하고 러시아가 시한을 48시간 연장함으로써 일단 정면충돌의 위기는 넘겼다.
조하르 두다예프체첸대통령이 이날 러시아군의 철수를 전제조건으로 협상을 제의한 것은 수도 그로즈니가 완전히 포위된 현 상황에서 일단 군사적대결의 위험을 넘기면서 사태를 유리하게 끌고 나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군은 현재 그로즈니북부 10까지 진격해 도시전체를 완전봉쇄했다. 이날 아침 짙은 안개로 한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전투는 하오 들어 다시 치열하게 전개돼 곳곳에서 미사일과 자동화기, 탱크의 포음이 진동하고 있다. 체첸지역의 한 관리는 지금까지의 전투로 민간인 수백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정부는 성명에서 『우리는 그로즈니를 완전봉쇄하는 목표를 달성했으며 체첸정부군이 무기를 버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즈니를 포위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국방, 내무부및 방첩국소속의 34개부대로 약1만명에서 4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화력의 절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체첸군의 항전태세도 만만치 않다. 체첸정규군은 두다예프대통령의 친위부대인 약1천명규모의 카미카제연대와 자원병이 전부지만 AK자동소총과 로켓포 수류탄발사기로 무장하고 있고 「그라드」지대지 미사일과 각종 대공화기를 그로즈니일대에 배치해놓고 있다. 여기에다 체첸인근의 코카서스연방에서도 수천명의 자원병들이 체첸측에 가담하고 있다. 이 정도의 군사력으로 러시아군에 대항하는 것은 무리지만 체첸측의 전의와 사기가 높아 전면전을 벌인다면 상당한 인명피해가 예상된다.
러시아는 체첸사태의 무력해결을 위해 현재 그로즈니를 포위하고 있는 병력의 2배를 추가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러시아내에 살고 있는 약30만 체첸인들의 테러행위에 대비, 러시아 비밀정보기관들의 활동을 크게 강화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들은 그로즈니봉쇄를 완료한 크렘린궁이 러시아군 총참모부직할 정예부대인 로스토프주둔 제22여단과 공수특전여단, 내무부소속 특수부대나 대통령경호실소속 알파부대등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즈베스티야지는 그러나 성급한 함락작전보다는 그로즈니를 상당기간 봉쇄해 추위와 굶주림등으로 두다예프부대를 지치게 만든 뒤 무장해제와 국내외 감시단에 의한 총선거실시라는 조건을 수락토록 만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정황에서 나온 두다예프의 협상제의를 러시아측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하다. 전제조건을 달고 있긴 하지만 두다예프의 협상제의 자체가 군사적 압박에 대한 첫 응답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옐친은 이날 협상조건으로 두다예프의 협상참가를 내걸면서 체첸은 결국 투항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협상자체를 거절하지는 않았다. 러시아군 파견에 대해 개혁파와 의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옐친으로서는 일단 협상에 의한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다시 잡은 셈이다. 그러나 독립과 투항이라는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지금의 상황이 뒤바뀌지 않는 한 체첸사태는 무력대결의 양상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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