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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강 러군 빛바랜다/예산격감에 탱크녹슬고 부정부패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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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강 러군 빛바랜다/예산격감에 탱크녹슬고 부정부패만연

입력
1994.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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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군·편제개혁등 없인 「2류」 위기감 지난 몇년간 국방예산감축으로 러시아군이 「2류」로 전락해 대대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군전문가들은 대규모 병력감축, 군편제의 개편과 신속배치군 창설, 군수산업의 정예화, 개병제에서 직업군인제로의 전환등 개혁이 시급하며 이에 실패할 경우 러시아는 군사대국의 지위를 상실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현 러시아군이 구소련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탈냉전시대 이후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경제규모에 비해 과다한 병력수와 장비로 인해 국방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우선 육군 공군 해군 항공방위군 전략미사일군등으로 되어 있는 군편제를 육·해·공군등 3개군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국경선에 배치된 육군을 대폭 감축하는 대신 분쟁발생에 대비한 신속배치군을 운용하는 것이 예산절감은 물론 작전의 현대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항공방위군도 공군으로 일원화하고 전략미사일감축협정(START)에 따라 감축되는 전략미사일군도 장차 핵공격력의 주력이 될 핵미사일잠수함을 운영하는 해군에 통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전은 병력등 숫자싸움이 아니라 신병기등 과학전 양상을 띠기 때문에 기존의 군수산업을 과감하게 민수용으로 전환하는 대신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보리스 옐친대통령을 비롯, 파벨 그라초프 국방장관등 수뇌부들도 이같은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옐친은 올 연말까지 38만5천명의 병력을 감축, 총병력을 1백91만7천4백명으로 유지하고 내년말까지 약 20만명을 더 줄여 96년에는 1백70만명의 군병력만을 보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년 국방비도 올해보다 겨우 1% 증액했다.

 하지만 그라초프장관등은 병력을 감축하려면 예산이 오히려 더 든다며 충분한 재정지원없이는 개혁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퇴역하는 장병들을 위해 퇴직금은 물론 생계수단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탱크등 폐기장비들을 해체할 경비가 없어 녹슬고 있는 형편이다.

 예산부족으로 현재 약 20만명의 장교들이 집이 없이 텐트등에 기거하고 있어 사기가 급락하고 있으며 생계를 위해 무기등 군수품을 암시장에 내다파는등 군의 부정부패가 심화되고 있다. 또 국방부나 총참모부의 고급장성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고려, 개혁에 적극적이지 않다.

 그라초프장관은 『군의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으나 당분간 군에 대한 추가재정지원을 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러시아군의 명성도 얼마 안가 빛이 바랠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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