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TV드라마왕국/이형기(메아리)
알림

TV드라마왕국/이형기(메아리)

입력
1994.11.26 00:00
0 0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드라마홍수 속에 살고 있다. 가을 개편후 TV3사 4개채널에서 1주일동안 방영되는 드라마는 30편, 방영횟수는 60회에 이른다. 시간으로 계산하면 전체방송시간의 17.2%인 63시간동안 드라마가 나간다. 하루 9시간씩 방영되는 셈이다. 방송사들이 서로 주장하는 「드라마왕국」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주시청시간대(하오7시∼10시30분)의 편성을 보면 방송시간의 33%가 드라마로 채워지고 있다. 주시청시간대에 일일극을 방영한 뒤 미니시리즈나 주간극을 잇달아 내보내는 드라마 집중편성으로 시청자들을 TV앞에 붙잡아 매고 있다. 드라마가 많다 보니 본래의 기획의도나 제작의도에서 벗어나 역기능을 불러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자주인공이 식칼을 휘두르는등 폭력이 난무하는가 하면 욕설과 비속어가 예사로 나온다. 패륜과 불륜이 기둥줄거리를 이루고, 가족이 함께 보기에는 낯 뜨거운 선정적인 장면도 흔하다. 유부녀가 옛사랑을 찾아 가출하고 가장의 외도도 큰 죄의식 없이 그려진다. 고부간의 갈등은 단골 소재가 됐다. 안방극장이라 불리는 TV드라마에서 윤리와 도덕이 실종된지 오래다.

 안방드라마가 정상궤도를 이탈, 표피적인 오락물로 전락하자 방송위원회는 최근 지난 5년간 심의규정을 위반한 드라마와 작가·연출자를 공개하고 이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방송사에 시정을 촉구하는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방송위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심의에서 제재를 받은 드라마는 1백6편, 제재건수는 1백50건이었다. 작가는 74명이 제재를 받았는데 이중 3번 이상이 16명, 최고 8번의 제재를 받은 작가가 2명이었다. 10여명의 인기작가가 문제드라마를 양산해 온 것이다.

 30년 경력의 한 드라마 연출자가 주석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60∼70년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TV드라마가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는 것은 작가와 연출자가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드라마를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부끄러워 했다. 한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 이를 베끼고 더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려는 시청률경쟁이 드라마를 불륜·폭력의 대명사로 만들고 있다고 자탄했다. 드라마는 TV의 기능상 필요불가결한 장르다. 방송사는 시청률에서 앞서는 드라마 왕국보다는 진실된 인간상과 사랑이 있는 가정, 나아가 밝은 사회를 그린 공익적인 드라마로 왕국을 세워야 한다.<문화2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