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원시적 수작업… 맘대로 빼돌려/인천북구청 비리 허점 노출
알림

원시적 수작업… 맘대로 빼돌려/인천북구청 비리 허점 노출

입력
1994.09.15 00:00
0 0

◎처리서류 많아 사후검증 거의 불가능/은행 안거치고 구청 직접수납도 문제/감사 형식적… 묵인 가능성도 인천 북구청 세무공무원들의 세금횡령사건은 허점투성이인 지방세무행정과 감사체계및 인사관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인 비리로 지방행정의 난맥상을 여지없이 노출했다.  

 납세자에게 가짜 은행직인이 찍힌 영수증을 발급하고 세금을 착복하는 수법은 「원시적」수법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수법의 세금횡령이 장기간 가능했던 것은 1차적으로 지방세 수납업무가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이 큰몫을 했다.

 서울 부산등 일부도시를 제외한 일선구청의 세금수납업무는 전산화가 안돼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비해 수납건수는 인천 북구청 세무과의 경우 지난해 각종 지방세 부과건수가 2백38만여건에 달해 직원 1명이 하루 2백∼3백건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세금수납대장등 관련서류의 사후검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 담당자들끼리 담합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세금을 빼돌릴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납세자 편의를 명분으로 은행을 통하지 않고 구청에 직접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도 구청직원들의 범행을 가능하게 해 준 결과가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점은 세무업무에 대한 감사체계가 엉망이어서 장기적인 범행을 방조한 꼴이 됐다는데 있다.

 인천시는 2년마다 북구청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했으나 단 한건의 세무비리를 적발하지 못했다. 인천시의 세무분야 감사인력이 단 1명에 불과한 실정에서 2백38만건의 세무업무를 처리한 북구청에 대한 감사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했다고도 할 수 있다. 감사원과 내무부도 매년 번갈아 인천시 행정전반에 대한 감사를 했으나 세무비리는 전혀 적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나 상부 감독·감사기관들이 비리여지가 많은 세무행정분야를 적극적으로 감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부터가 의심받고 있다.

 구속된 양인숙씨(29)의 경우 7년간 임시직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9급 공무원으로 정식특채된 처지로 격에 도저히 맞지 않는 호화생활을 한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졌는데도 감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점은 감사기관의 존재가치를 회의하게 할 정도다.

 감사기관이 단 한번이라도 은행 영수증과 구청 영수증을 대조했다면 비리사실이 이내 드러났을 것으로 수사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시 감사팀이 세무비리를 아예 「관행」으로 치부, 손을 대려하지 않았거나 묵인했으리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이충재기자】

◎한분야 “20년 붙박이”도 원인/표면상 전문성 내세워 장기근무/실제 상하간 비리얽혀 “상부상조”

 인천 북구청 세금횡령비리는 같은 업무에 한자리에서 장기간 근무하도록 한 파행적인 인사체계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이 큰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사건의 두주역중 안영휘씨(53)는 인천시청 세정과로 발령받아 세무업무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퇴직때까지 무려 20여년을 같은 분야업무에만 종사해왔다. 특히 북구청에서만 18년을 몸담으며 한자리를 고수해왔다.

 양인숙씨 (29·여)도 87년 1월 북구청 세무과에 임시보조원으로 채용된뒤 지난해 8월 9급직원으로 특채돼 현재에 이르기까지 7년이상을 한곳에 머물렀다.

 현행 공무원임용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한 보직에서 최소 1년이상 근무를 보장하는 한편 창의적인 직무수행과 장기근무로 인한 침체를 막기위해 정기전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따라 내무공무원은 관행상 1년6개월∼2년이 평균보직근무기간이다.

 이같은 규정과 관행에 비추어 볼때 이들의 장기근무는 파격적이다. 

 공무원들은 이들의 장기근무가 가능했던 이유로 해당업무의 전문성을 꼽고있다. 세무업무가 워낙 복잡하고 「실적」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쉽게 전보대상에 넣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과 같이 구조적인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는 경우는 상하관계가 크고 작은 업무의 편법처리와 이해로 얽혀들어 자리를 보전해주어야하는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실제로 이러한 부서에서는 상급자가 전보될 경우 후임자에게 자리보전을 「청탁」하기도 한다.

 공무원들은 이러한 부조리를 발본하기 위해서는 늘 제기되는 공무원처우개선문제와 함께 인사원칙 확립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있다.【이준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