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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미 방산업계/「30초에 1명」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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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미 방산업계/「30초에 1명」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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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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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요 줄어 일감 “뚝”… 거센 감원바람/맥도널 더글러스 4년간 60%나 미국 방산업계에 감원 선풍이 몰아치고 있다. 냉전 종식과 정부의 방위예산 감축등으로 세계시장에서 무기구매 수요가 크게 줄어 일감이 사라진 방산업체들이 감원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미방산업계에서는 30초마다 1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있다. 냉전시대에 전성기를 누리던 방산업체들이 냉전이 끝나자 생사의 길목에서 비틀대고 있는 것이다.

 방산업계에서 세계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90년 5만1천명이던 종업원이 현재는 2만1천명으로 줄었다. 지난 4년간 무려 3만명이나 감축한 것이다.

 항공기와 레이더, 미사일 제조업체인 휴스항공사는 지난 12일 캘리포니아주 플러튼 공장의 종업원 6천8백명중 4천4백명을 해고하고 나머지 종업원은 계열사 공장으로 발령낸 뒤 아예 공장문을 닫았다. 이 항공사는 이미 90년부터 최근까지 1만9천명의 종업원을 해고한 바 있다.

 90년 당시 종업원이 4만2천명이던 노드롭 그루만사도 지난 4년간 전체 종업원의 절반 이상을 해고, 현재 2만2천명만 남아있다.

 이같은 대량감원은 다른 방산업체들도 마찬가지여서 90년과 94년을 비교할 때 록히드사는 3만4천여명에서 2만2천여명으로, 로크웰 인터내셔널사는 2만3천여명에서 1만5천여명으로 종업원이 대폭 감소됐다.

 방산업계의 쇠락원인은 냉전종식에 따라 그동안 최대고객이었던 미정부가 국방관련예산을 대폭 삭감해 버린데 있다. 펜타곤(국방부)의 군수품 조달규모는 86년 1천5백억달러에서 93년 8백억달러로 50%가량 줄었다. 전체 국방예산도 86년 국내총생산(GDP)의 6·5%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 오는 97년엔 3·2%에도 못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냉전종식과 국방예산의 감축 외에 다른 요인들도 작용하고 있다. 노드롭 그루만사의 간부 제임스 로췌는 『지난 수년간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 홍수 지진등 자연재해와 폭등으로 인해 생계비가 오르고 교육수준이 떨어짐으로써 방산업체의 인적자원의 질적 저하등으로 경영이 나빠졌다』고 지적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핵심적인 방위계획에 대한 캘리포니아주 출신 의원들의 지원이 부족한 점을 탓하기도 한다. 예컨대 노드롭 그루만사는 미공군이 B2 스텔스 폭격기를 더 이상 주문하지 않을 경우 7천명을 더 해고해야 할 판인데도 지역구 의원들의 지원사격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산업계의 심각한 경영난으로 인해 이들 방산업체가 밀집해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불황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천여개에 달하는 캘리포니아주내 방산관련 하청업체들은 존폐의 기로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미국의 정책연구기관인 랜드연구소의 연구원 마이클 다디어는 『미군의 3개 주력군용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캘리포니아내 1천여 하청업체중 5분의 1은 지난 90∼93년 단 한 건의 계약도 따내지 못해 종업원의 3분의 1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방산업체의 불황이 최소한 오는 98년까지는 이어지고 내년 말까지만도 2만3천명의 추가 감원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로스앤젤레스=박진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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