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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사재기」 심리/이성철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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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사재기」 심리/이성철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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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무더위속에 금리도 매일 연중최고치를 돌파하고 있다.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경쟁하려면 낮아져도 한참 낮아져야 할 「고금리의 벽」이지만 어쩐일인지 그 높이는 갈수록 더해만 가고 있다.  올들어 『한자리수 금리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부풀게 했던 실세금리는 이달들어 야금야금 오름세를 타더니 22일엔 연12.73%까지 올라섰다. 조만간 악몽같은 13%대에 또다시 진입할지도 모를 일이다. 

 금리는 「돈의 값」이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수요가 많거나 공급이 부족해서지만 요즘 자금시장에는 이같은 시장원리의 ABC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이면 기업들도 대형프로젝트나 신규투자를 선선한 바람이 불 때까지 일시 중단한다. 돈의 수요가 별로 없는 자금비수기인 셈이다. 그렇다고 한국은행이 매달 1조원안팎의 돈을 풀어대는데 공급이 부족할리도 없다. 수요 공급이 정상인데 돈값이 오르는 것은 확실한 이상현상이다. 

 비정상적 금리상승의 발단은 천박한 사재기심리와 돈값경쟁에서 비롯됐다. 뜻밖의 가뭄과 서비스요금인상으로 하반기 물가에 적신호가 예고되자 통화당국자들은 하루이틀새 경쟁이라도 하듯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일갈했다. 이때부터 앞으로 돈이 부족할 것 같으니 미리 돈을 확보해두어야 한다는 매점매석심리가 금융권과 대기업사이에 팽배해졌고 금리는 예외없이 뛰기 시작했다. 여기에 개인연금저축판매로 금융기관들의 제살깎기식 수익률싸움이 가열되면서 금리는 더욱더 높아져갔다.

정부가 앞으로 돈줄을 좀 죄더라도 작년에 풀린 돈이 워낙 많아 실제 공급되는 돈의 양은 결코 적은게 아니다. 하지만 자금수급에 관계없이 「통화관리강화」란 말 한마디에 잠복했던 사재기심리는 불이 붙고 말았다. 그저 손해만 안보겠다는 생각들이다. 하지만 이같은 금융시장의 후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을 보면 물가안정의 의지천명도 좋지만 통화관리만큼은 좀 소리안나게 조용조용히 해야 할 일이다.

 고금리벽의 높이를 낮추려면 먼저 깨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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