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뒤엉켜 질식·탈진사태/시민 항의소동… 퇴근길도 심한 귀가전쟁 파행운행이 거듭되고 있는 서울지하철이 끝내 사고를 냈다.
지하철 파업으로 2·3호선 단축운행이 시작된 28일 아침 월드컵축구 대독일전 TV중계를 시청한 시민들이 한꺼번에 지하철로 몰려 전 노선의 출근길 혼잡이 극에 달했다. 정원의 2∼3배를 태운 전동차 안에서는 질식·탈진하는 승객이 속출했고 퇴근때는 2·3호선의 마지막 전동차가 밤 10시로 앞당겨져 환승역마다 택시 버스등 대체교통수단을 찾는 귀가인파가 뒤엉켜 최악의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이날 상오 8시42분께 지하철 2호선 사당역 구내에 2031호 전동차(기관사 노은준·48)가 도착하자 내리기도 전에 타려는 사람들이 몰려닥쳐 7백여명의 승객이 밀고 밀리는 대혼잡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임신부 이필숙씨(28·서울 마포구 공덕2동)등 18명이 질식,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이씨등 3명은 계속 입원중이며 나머지는 치료후 귀가했다.
일부승객은 전동차가 급정거하는 충격에 머리를 다쳤고 깨진 창유리에 손등을 다친 승객도 많았다. 사고열차는 출입문이 닫히지않아 구내에 20분간 정차, 후속 전동차가 터널 속에 멈추어 혼란이 가중됐다. 연착열차에서 내린 시민 3천여명은 사당역을 빠져나와 택시와 버스등을 잡기위해 남부순환도로 2개 차선을 차지, 이 일대 도로교통이 2시간여동안 완전마비상태에 빠졌다.
상오9시15분께 방배역에서도 2033호 전동차(기관사 이선헌)가 에어컨이 꺼진 채 예정보다 20여분 늦게 도착, 황희정씨(22·여·서울영등포구신길2동)등 승객 5명이 질식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극심한 혼잡과 지연운행에 성난 승객 6백여명은 매표소 2곳에 몰려가 창유리 2장을 깨뜨린 뒤 환불을 요구하며 거칠게 항의했다. 일부승객들은 제지하는 경찰관의 멱살을 잡기도 했다. 4호선 동대문역에서도 승객 이진숙씨(23·여·서울 도봉구 미아동)가 차내혼잡에 지쳐 한때 질식했다.
지하철 환승역인 사당 신도림 동대문운동장 충무로역등에는 상오8시를 피크로 하루종일 인파가 붐볐는데, 초만원 전동차의 에어컨까지 작동하지 않아 승객들은 장마더위 속에 큰 고통을 받았다.【정덕상·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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