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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없는 민족(1000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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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없는 민족(1000자춘추)

입력
1994.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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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년 전 나는 소수민족 민속조사를 위해 중국 운남성을 40일간 돌아다닌 일이 있다. 중국에는 우리 조선족까지 포함해 모두 55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운남성에 특히 집중돼 있어 나는 20개 민족을 조사대상으로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나라가 없는 민족이다. 역사를 보면 일찍이 강대국이었던 민족도 있고 그 일대에서 오랫동안 세력을 떨쳐온 왕국의 백성이었던 경우도 있다. 그런 그들이 오늘날과 같은 신세가 된 것은 먹고 먹히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의해서이다.

 그들은 현재 대부분 산에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들을 산지민족이라고도 한다. 그들이 본래부터 산에 살았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인터뷰를 해보면 어느 민족이나 옛날에는 농사가 잘 되는 평야에 살았었다고 한다. 그래 그런가 민족간에 땅에 얽힌 얘기도 많다. 가령 아카족과 더양족의 경우 다이족에 대해 절치부심의 원한을 갖고 있다. 다이족이 세력이 좋아 자신들의 땅을 모두 빼앗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생활은 말할 수 없이 비참하다. 밭 한뙈기 없는 가파른 산 속에 살며 겨우겨우 명이나 보존하고 있다. 생활이라기보다는 생존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은 그나마 그 생존을 위해서도 현재 계속 이동중이다. 골든 트라이앵글을 중심으로 태국 등지에 소수민족의 수가 날로 증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보며 나라 없는 민족이 어떤 것인가를 새삼 생생히 실감했다.

 6월 보훈의 달을 맞아 우리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바친 선조들께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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