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상무대사업관련 정치자금설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의 국정조사활동이 개시될 때부터 일었던 의문이다. 불행하게도 그때 가졌던 의문이 지금와서 적중하고 말았다. 제대로 본격조사도 하지 못한채 야당의 일방선언으로 중단되고만 것이다. 말이 중단이지 앞으로 속개한다는 보장도 전망도 전혀 보이지 않으니 사실상 끝장난 셈이다. 그나마도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은 실망이 크다. 또다시 정치권의 무능을 개탄해야 하는 순간이다. 국회의 위상과 존재가 어떤 것인지 또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정도에서 포기하고 돌아서는 야당의 태도를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야속하다는 느낌을 어찌할 수가 없다. 여당의 철벽 앞에 단념하지 않을 수 없으리란 생각과 아울러 좀 더 투쟁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이 더욱 원망스러워 하는 대상은 야당 보다 여당이다. 야당의 중단선언을 속으로는 잘 됐다고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지금의 자세도 그러하지만 처음부터 조사할 의지가 확고하지 않으면서도 여론의 눈치에 못이겨 국정조사권발동에 응했던 여당의 태도는 온당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상무대 국정조사활동이 좌초된 것은 법리논쟁 때문이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형식은 그러하다. 사법권의 독립과 금융거래비밀을 보장한 긴급명령이라는 벽에 부딪친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이 지켜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개인계좌비밀이 지켜져야 하는 것 또한 상식이다. 그러나 국정조사권 역시 존중되어야 할 국회의 고유권한이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번에 제기된 사법권 문제나 금융비밀보장등이 국회의 국정조사권 앞에서 그처럼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국정조사에 협조해줄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정부·여당이 법리논쟁을 앞세워 국정조사활동을 기피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이 중단사태는 의혹을 깨끗이 씻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짙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부·여당에는 더 큰 손해로 돌아간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적·제도적으로 완전한 장치를 갖추지 못하고 조사에 착수한 국회의 잘못도 지적되어야 할 것 같다. 실체도 없는 권위만 앞세워 호통만 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조사위원들은 이번에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다.
이번 도중하차를 거울삼아 앞으로의 국정조사가 다시는 농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앞으로 여야가 관계법을 개정하는데 있어서 국회의 권위를 높여주고 국정조사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처럼 하나마나한 국정조사를 할 바엔 관계법을 고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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