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부터 해외첨단기업 “모셔오기”/R&D센터 설립,기술이전 적극적 말레이시아 북단의 페낭섬. 한국에는 휴양지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곧 잘 이 섬 북쪽의 길게 뻗은 백사장을 자랑한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이 섬에 대해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섬 남쪽의 반도체공단이다.
히다치 내쇼날 모토롤라 휴렛패커드 퀀텀…. 섬남단의 페낭국제공항에서 북쪽의 휴양지로 가는 길옆에는 세계 유수의 반도체및 컴퓨터 회사들이 즐비하 다. 모두 굴뚝없는 공장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72년부터 페낭섬 남단을 자유무역지대로 정하고 반도체회사등 첨단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12월 히다치는 현지공장설립 20주년을 맞았다. 공단조성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마지막 단지인 3구역에 새로운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다. 70년대초나 지금이나 이 공단의 유치여건 또한 첨단이라는 증거이다.
이런 반도체공단 조성에 힘입어 말레이시아는 현재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제3위의 반도체 수출국이다. 물론 외국자본에 외국기술이지만 말레이시아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우선 반도체 및 컴퓨터 공장에 필요한 국내의 보조연관산업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포장지로부터 운송에 이르기까지 연관산업의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는게 현지 정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말레이시아정부는 자국인들이 첨단기술을 익힌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 일본기업의 현지인관리자는『반도체 설계에 말레이시아 기술자들도 참여하고 있다』며 첨단기술이전에 거는 기대를 표시했다.
이 공단에는 공장뿐 아니라 이들 다국적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가 대거 들어와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R&D센터 유치에 특히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기술이전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산업개발청(MIDA) 페낭지사의 만모한 싱씨는『우리는 이제 노동집약산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산업은 점점 하이테크중심으로 가고 있으며 페낭은 이들 기술산업을 유치하는데 필요한 인력과 좋은 사회간접자본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들이 남쪽의 반도체공단에 대해서는 까맣게 모른 채 북쪽 해안의 휴양지에서 달러를 뿌리는 사이 말레이시아인들은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첨단기술을 배우고있다.【페낭=이상원기자】
◎국비 한국유학 1호 모하메드 후신씨(인터뷰)/“말연은 2020년 기술선진국 도약” 자신감
모하메드 후신씨(33)는 말레이시아에서 촉망받는 엔지니어이다. 한국과의 합작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일하는 그는 말레이시아대학을 나온 뒤 서울공대에서 공부했다. 『한국의 기술수준은 대단히 높다』고 말하는 후신씨는 외국의 앞선 기술을 배워 2천년대 선진국대열에 합류하겠다는 말레이시아의 기술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인 셈이다.
콸라룸푸르 근교의 자동차 배기연결관 제작업체인 성진기공에서 일하는 그의 직책은 생산부장. 현지 근로자들의 기술문제를 총괄하는 자리이다. 86년 유학을 마친 뒤 소니 말레이시아공장에 입사했다가 92년 성진기공이 설립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후신씨의 전공은 기계공학. 말레이시아대학에서 3년간 공부한뒤 마하티르총리가 주창한 「룩 이스트(LOOK EAST, 한국과 일본을 배우자는 슬로건)」 정책에 따라 시작된 국비유학제도에 의해 지난 83년 서울로 유학을 떠났었다. 6개월간 한국어 어학코스를 마친뒤 서울공대 기계공학과에서 2년간 공부했다.
미국 영국 일본등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모험에서 성공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한국을 택했다는 후신씨는 지금도 자신의 결정이 잘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유학을 결정할 당시 한국은 기술이 매우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특히 중공업과 선박 토목등의 기술이 앞서있고 매우 빨리 발전하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 훌륭한 교수들이 매우 많았다는 것도 인상에 남는다. 많은 교수들이 자신이 저술한 책으로 가르친다. 이곳에서는 드문 일이다』며 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을 회상했다.
한국국비유학 1호인 후신씨의 말레이시아인 서울대 유학 동기동창은 모두 7명. 이들은 모두 국영석유회사, 자동차회사인 프로톤사등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마하티르총리가 설정한 선진국 목표연도인 2020년이면 말레이시아는 기술선진국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콸라룸푸르=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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