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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핵폐기장(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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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핵폐기장(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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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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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핵폐기물처리장은 건설하겠다는 것인가,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안면도, 량산에 이어 울진서도 똑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으니 난감하기만 하다. 주민들의 반대 데모가 연일 계속되자 과학기술처는 울진지역에 핵폐기물처리장을 건설치 않겠다는 공문을 울진군청에 보냈고 주민들의 반대데모도 그쳤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라 더욱 힘들게 꼬이고 말았다. 이제까지는 핵처리장 건설문제가 제기되기만 하면 주민들이 완강히 반대해 왔으나 울진핵처리장은 기성면주민의 다수가 정부의 지역개발공약에 호응, 유치신청을 내어 종전과는 양상을 달리했으며 혐오시설확보에 바람직한 선례로 기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지역인 기성면 주민보다도 인근지역주민이 격렬한 집단행동을 펼침으로써 종전과 다름없이 무산되고 말았는데 막상 핵처리장 시설이 건설되는 해당지역주민의 유치의사에도 불구하고 주변지역주민들의 강경반대로 계획이 취소된다면 핵폐기장 건설후보지의 선정은 도저히 불가능하며 주민 의견수렴제도 자체가 재검토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

 핵폐기장 입지선정의 공전원인은 정부당국의 국민설득 노력부족과 일관성없는 정책방향, 일부환경단체들의 왜곡된 핵공포감 충동, 지역주민들의 근시안적이고 편협한 지역이기주의에 있다. 정부의 홍보부족과 환경단체들의 과잉선전으로 핵이라고 하면 무조건 무서워하는 핵공포감이 크게 확산되어 있다. 지역주민들은 핵폐기장에 관해서도 지역을 망치는 괴물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와 저준위 핵폐기물을 지하공동에 밀폐처리 보관하는 핵폐기물 처리장은 일반제조공장보다도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핵폐기장이 건설되지 않을 경우 핵폐기물은 원전등 발생지의 임시처리장에 보관될 수밖에 없으며 현재 고리, 영광, 울진, 월성등의 원전에는 상당량의 핵폐기물이 임시보관중이어서 이지역의 주민들에게는 핵폐기장이 건설되지 않은 현재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할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핵처리반대운동이 오히려 반환경적이다. 그럼에도 일부환경단체가 핵처리장건설반대를 환경운동의 일환인양 왜곡하고 지역주민들이 잘못된 핵정보에 경도되어 사실 확인과 토론 협의라는 적법한 절차없이 위압적인 집단행동으로 위력을 과시하려고만 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하겠다.

 과기처가 주민설득노력을 보이지 않은것도 문제지만 주민들의 집단행동에 놀라 당초의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계획취소는 폐타이어를 불사르고 도로를 점거하고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하면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선례만을 굳혀 줄 뿐이다. 

 IAEA의 핵사찰을 거부함으로써 핵무기개발의혹을 국제적으로 증폭시키는것이 북핵문제라면 한시가 급한데도 깔고 뭉개고만 있는 핵폐기장건설문제는 남핵문제라고 할수 있다. 남핵문제도 북핵못지 않게 중요하고 심각한 현안문제인만큼 범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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