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포기」도 같은맥락/「선별」거쳐 후속절차·국내보호대책 마련 러시아 벌목장을 탈출한 북한 벌목노동자들을 본인이 희망할 경우 국내로 데려온다는 대원칙이 정해진 만큼 이를 실행에 옮기기위한 관련부처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게 됐다. 이영덕통일부총리는 15일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가 끝난뒤『정부는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본인이 희망할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쳐 희망자 전원을 국내에 받아들이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부총리는 이같은 원칙천명과 함께 북미 3단계고위급회담과 연계시켜온「선특사교환」을 전격 철회함으로써 정부의 대북정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임을 시사했다. 즉 북한의 핵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선특사교환이라는 우리의 요구조건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은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북한 벌목노동자를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수용키로 한 대목과 같은 맥락으로 보여지고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이부총리의 발표는 앞으로의 대북정책이「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받는 식」이나「하나의 사안을 다른 사안과 연계시키는 식」에서 탈피, 사안별로 우리의 원칙에 충실하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벌목노동자의 원칙적 수용과 관련, 북한핵문제등 대북현안들과 더이상 연계시키지 않고「일괄해서 공개적」으로 수용하기로 한 만큼 향후 후속절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협조와 국내 수용대책이라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15일 열린 11개부처 실무대책회의에서도 이 부분이 중점 논의됐다.
지난 14일 한승주외무장관과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양국의 원칙적인 협조약속이 있었으나 그 구체적인 절차에 있어서는 다소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측은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국제적인 객관성 인정등을 고려,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을 통한 난민지위획득이 중요하다고 보았으나 러시아측은 굳이 UNHCR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의 입장은 탈출한 북한 벌목노동자를 북한에 송환하지 않고 사실상 보호하고(망명 인정) 있는 만큼 러시아 국내법에 따른 심사를 거쳐 영주권을 취득케한 후 한국으로 보낼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UNHCR와의 협의를 거쳐 난민지위를 인정할 경우 북한과의 관계가 더욱 미묘해질 수 있다는 러시아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정부가 독자적으로 UNHCR등 유엔기구의 의사를 타진하기보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우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탈출한 북한 벌목노동자가 난민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스스로「청원」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는 신분노출을 꺼리는 벌목노동자들에게 현실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배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향후 러시아와의 협의가 어떻게 가닥이 잡힐지 속단할 수 없으나 정부는 UNHCR등을 통해 이들의 범죄인 여부, 본인희망 여부등 사실상 선별과정을 거쳐 국내로 데려올 수 있도록 계속 노력키로 했다. 이 경우 이들은 국내법상의「귀순자」로 분류돼 귀순동포보호법·귀순동포보상법등 귀순동포처리특례법상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정부와 민자당은 이와 별도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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