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30대 본보신춘문예 소설당선/하루 6시간 워드프로세서작업/“쓸쓸함·희망 섬세한묘사” 호평 『내 부자연스런 모습과 상관없이 내 문학이 본격적으로 평가받기를 원했습니다』
94년도 한국일보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자는 자유로이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워 책과 글속에서 살아온 뇌성마비자이다.
글쓰기의 오랜 꿈을 일궈오면서 삶 자체를 소설처럼 살아온 김재찬씨(34)는 보기에도 안쓰러운 뇌성마비장애를 딛고 3백여명의 경쟁자를 물리친 인간승리자가 되었다.
김씨는 『두살 때부터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혼자서 외로움을 이길 수 있는 일이 책읽기와 글쓰기였다』고 말하고 있다.
당선작 「사막의 꿈」은 직장도 없이 경제적으로 아내에게 의탁하고 있는 30대 남자가 현실의 무력함을 넘기 위해 리비아사막의 대수로 공사인부를 꿈꾸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는 근원적인 쓸쓸함과 현실적인 무력함,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내일에 대한 희망이 아름답고 섬세하게 교직돼 있다.
소설속에서 주인공의 쓸쓸함은 사막을 흐르다가 지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강 와디로, 그의 희망은 달빛 속에서 피어나는 달맞이꽃으로 각각 상징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김씨를 『습작을 많이 해온 작가일 것』이라고 추측하면서 섬세한 감수성에 문학적인 기대를 걸었을뿐, 그가 불우한 뇌성마비 장애인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김씨는 충남 공주의 공무원집안에서 태어나 논산고를 나왔다. 그의 문학적 재능은 일찍부터 드러나 고교 3학년때 첫 시집 「원앙」을 냈고 「월간독서」의 장편소설공모에서 당선작 없는 최우수작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때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우수한 작품이지만 원고작성에 성의가 없다』는 평을 듣고 그는 울었다. 뇌성마비인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깨끗이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타자기를 사서 두 손가락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그뒤 15년동안 그의 외로운 작업을 따라 3대의 타자기가 낡아갔다.
직업도 없는 장애인이 85년 정상인인 문은영씨(35)와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처가에서 극구 반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혼했고 그는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어 87년엔 문예지의 장편소설공모에 당선됐다.
『하루 5∼6시간씩 워드프로세서 앞에 있다보면 숨이 가쁠 정도로 몸이 불편합니다. 그러나 나는 항상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느끼고 있으며, 또한 장애인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장애인이라고 원고청탁을 꺼리지만 말아주십시오』
그의 생활은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주말에는 등산도 간다.
주위사람들의 묘한 시선이 오히려 생활에 방해가 될뿐이다. 그는 『종교, 역사, 사랑등을 소재로 다양하고도 깊이있는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안산=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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