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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기사에도 무거운 신경을/임영호(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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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기사에도 무거운 신경을/임영호(나의 지면평)

입력
1993.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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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면 등 내용·편집 좀더 개선필요/성철스님 특집 등 기획훌륭… 계속 나오길 국내일간지들은 대개 정치지향적이고 정계나 관청에서 흘러나오는 무거운 기사를 중시하는 전통을 갖고있다. 뉴스를 캐내는데 있어서도 주로 감각과 「몸싸움」에 의존하고,반면 기사의 정확성이나 해설의 전문성,심층취재와 같은 기획기사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비유를 들자면 야전군적인 문화와 전통이 강한 셈이다. 그러다보니 특히 연성기사, 즉 문화 생활등 가벼운 읽을거리의 기획,처리에 있어서는 허점이 많아 보인다. 한국일보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의 개선이 특히 시급한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연성기사를 기획함에 있어서 누가 주로 읽을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이점이 명확하지 않은 것같다. 구미신문의 문화면을 보면 고급지는 대중문화뿐 아니라 연극 문학 건축 고전음악등 에술분야에 관한 소개와 비평에 비중을 두고 여기 실린 비평은 전문가들간에도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일반대중지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고급문화는 일반독자들에게는 문턱이 높다.따라서 어떤 주제를 지면에서 다루어야 할지 엄선을 해야 하고,또 소개 비평에 있어서도 전문적인 안목과 더불어 일반인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한국일보의 문화면을 보면 웬만한 독자들은 관심을 가지기 어려울 정도의 전문적인 기사와 아주 가벼운 신변잡담이 뚜렷한 기준없이 뒤섞여 나온다. 가령 10일자 문화면의 소설평은 스타일이나 내용에 있어 대중지보다는 교양잡지에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든다. 이런류의 문화비평에는 물론 전문가의 식견이 필요하기는 하지만,아울러 대중적 관심사가 될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할 것이다. 

 증면과 더불어 최근 특집성 기획기사가 많이 늘어난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도 많이 개선되었다. 가령 지난7일자 경복궁 복원에 관한 특집이나 5일자 신문에서 성철스님의 생애를 다룬 특집은 주제도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사진의 사용등에서도 상당히 세련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도 지면구성에 있어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는 기사가 많이 보인다. 8일자 11면 엑스포 폐막에 관한 화보는 한일정상회담 스케치와 같이 묶어서 처리했는데 시각적으로 어색하다. 사진의 내용상 속보성이 중요치 않은 것이고 따라서 9일자 사회3면 엑스포마무리에 관한 특집기사등과 묶어서 전면특집으로 처리했으면 훨씬 효과적일것이다.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지난8일자 「여성저널」이다. 외국신문에서라면 아마 13면과 14면에 흩어져있는 패션관계사진과 기사를 13면에 모아서 시각적인 디자인을 시도하고 내용에 있어서도 보다 신문의 특성을 살렸을 것이다.

 오늘날 독자들은 잡지의 세련된 기획,지면편집이나 방송매체적인 감수성에 익숙해져 문화적인 취향이 옛날같지 않음을 감안해야 한다. 아직도 거친 사회부기자의 미적안목으로 문화면을 편집해도 통할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곤란하다.

 연성기사의 개선에 장애가 되는것은 아직 신문사내에서 연성기사를 가볍게 보는 인식이다. 이부분의 중요성과 전문성을 인정하고 전문기자제를 적극 활용해야 할것으로 생각된다.<부산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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