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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변화/제48차 총회를 계기로 진단(유엔이 달라진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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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변화/제48차 총회를 계기로 진단(유엔이 달라진다:2)

입력
199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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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O 활성화등 권한강화 따라/독·일·제3세계서 “상임국 달라”/미,개편 적극… 영·불 지위약화 우려 소극올해 유엔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안전보장이사회 개편문제이다. 91년 총회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안보리 개편문제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국제여론을 불러일으키며 확산되고 있다.

안보리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지는 유엔기관이다. 평화의 파괴자는 물론 위협자에 대해서도 외교 및 경제제재와 한걸음 더 나아가 군사제재를 강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지구상에 분쟁의 소지가 없는 나라는 거의 없고 따라서 안보리 정치는 어느 나라에나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유엔가입후 2년 밖에 안되지만 한국도 안보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이다. 멀리는 6·25때 유엔군 파병 결정을 내렸고 가까이는 북한에 핵확산금지조약 복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는 등 유엔 창설이후 안보리는 한반도의 안정과 깊이 상관되는 조치를 취해왔다.

안보리는 지난 2∼3년간 유엔기관중 가장 두드러지게 활성화됐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안보리의 제재결의와 그 집행은 지금도 생생하다. 보스니아 캄보디아 소말리아에 총 6만여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등 평화유지활동(PKO)의 급격한 팽창도 바로 안보리 결의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일들이다. 탈냉전후 새로운 세계질서는 안보리를 통해서 구현되고 있다.

냉전체제 40여년간 안보리는 미·소의 거부권 남발로 국제분쟁에 속수무책이었다. 한때 유엔무용론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금 안보리는 유엔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유엔창설이후 45년간 나온 안보리 결의 총 7백25건중 92년이후 지난 6월말까지 불과 1년반동안 나온 안보리 결의가 1백22건에 달하며 특히 이 기간에 거부권 행사는 러시아에 의한 1건 뿐이다.

이처럼 안보리가 활성화되면서 안보리 개편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세계가 바뀌었는데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들이 밀실협상을 통해 세계질서를 요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제3세계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경제대국인 일본과 독일의 영향력을 안보리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졌다. 안보리 정치의 매커니즘은 제3세계가 불평하듯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먼저 영국과 입을 맞춘후 「상임이사국협의」라는 이름 아래 상임이사국들끼리 비공개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결의안의 골격이 완성되면 비상임이사국에게 거의 일방적인 통고를 하기 일쑤이다.

작년 총회는 회원국으로 하여금 안보리 개편에 대한 보고서를 사무총장에게 제출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에 따라 9월14일 현재 69개국이 의견서를 부트로스 갈리 총장에게 제출했다. 이제 갈리 총장이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만들어 이번 총회에 제출하면 또 하나의 걸음을 옮기게 된다. 유엔 외교관들은 이번 총회에서 안보리 개편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만 통과시켜도 성공한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개편 여론에 불을 댕긴 것은 미국이다. 지난 1월 클린턴 정부 출범직후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은 『유엔을 46년이 아닌 93년의 현실에 맞출 때』라고 말해 일본과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했다. 지난 6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유엔 대사는 『미국은 일본과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천명했다. 올브라이트 대사는 지난 14일 미국의 48차 총회 대책을 밝히는 자리에서 두나라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면서 『이번 총회에서 이 문제가 토의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미국이 왜 일본과 독일의 안보리 의석확보에 적극적인가. 유엔 외교관들은 두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일본과 독일에 상임이사국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미국의 재정부담을 줄여보자는 계산이 첫째 이유고,이들 국가가 갖고 있는 잠재 위협을 안보리를 통해 흡수할 수 있다는 전략이 둘째 이유라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평화 파괴자였던 2차대전의 전범국들을 전승국이 평화유지의 비용을 염출하기 위해 유엔 상석에 앉히려는 움직임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그러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과 독일의 국제 역학적 무게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들 나라의 과거를 묻는 여론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한편 미국과는 전혀 다른 각도로 개편을 추진하는 막강한 국가군이 있다. 바로 제3세계 세력이다. 이들은 지난 79년 총회부터 안보리 개편문제를 연례 의제로 올려놓았고 작년 회원국의 의견서를 제출토록 하는 결의안 통과의 견인차가 되었다. 제3세계는 그들을 대표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을 늘리려하고 있다.

미국이나 제3세계와는 달리 개편을 원치 않는 나라도 있다. 바로 영국과 프랑스이다. 이들은 일본과 독일의 출현으로 자국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악화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개편에 적극적은 아니다. 이들은 헌장 개정에 거부권을 갖고 있어 이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안보리 개편을 둘러싸고 1백84개 회원국들은 나름의 국익을 좇아 이합집산하면서 복잡 미묘한 정치적 게임을 벌이게 될 것이다. 상임이사국을 몇석 늘리고 어느 나라에 배정할 것인가. 비상임이사국을 몇석 늘릴 것인가. 새로 편입되는 상임이사국에 거부권을 줄 것인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상임이사국과 헌장 개정의 정족수인 회원국 3분의 2가 수긍하는 개편안의 청사진을 도출해야 한다.

유엔 외교관들은 개편의 적정시기를 유엔 창설 50주년인 95년 총회로 보고 있다. 안보리 개편은 국제질서 개편작업이자 시대조류이다. 따라서 문제는 시기가 아니라 효율적인 안보리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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