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화센서스/김성우(문화칼럼)
알림

문화센서스/김성우(문화칼럼)

입력
1993.08.02 00:00
0 0

문화체육부는 지난 7월23일 문예창달 5개년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90년에 수립된 문화발전 10개년계획을 재조정하여 새 정부의 임기내에 실현 가능한 정책들을 정비한 것이다. 더러는 재창도 있고 더러는 신곡도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한국문화정책연구원 설립」이다.문체부는 우리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정책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가 필수적인데 지금까지 정규 연구원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중장기정책을 개발할 한국문화정책연구원을 국가 출연기관으로 설립하고 이 연구원은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연수 기능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문화정책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문예진흥원 산하기구로 87년에 발족한 문화발전연구소가 부분적으로 담당해 왔다. 이 연구소는 전임 연구원이 계약제로 4명에 불과하다. 이것을 확대시켜 독립된 국책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전문인력에 대한 교육연수도 문화발전연구소가 일부를 맡아 있다. 이것도 공연예술 종사자를 위한 1년 과정의 아카데미외에 문화행정요원의 교육으로는 1주일 과정을 희망자에 한해 시키고 있는 정도다.

문화정책의 연구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시설의 운용과 행정을 위한 전문요원의 훈련 또한 우리의 문화육성에 가장 시급한 일중의 하나다. 문화는 그 자체로는 생명력이 없다. 전파하고 번식시킬 때 비로소 문화의 힘이 생긴다. 그 포교자로서의 문화요원이 태부족이다. 특히 전문인력없는 중앙이나 지방의 문화행정은 맹목일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한국문화정책연구원의 설립은 기대할만하다.

그러나 문체부의 5개년계획은 이 연구원의 발족 시기에는 언급이 없다. 정부 출연이자면 많은 예산의 지원이 필요하다. 연구원의 설립은 문화발전연구소의 발족 당시부터 거론되었던 것이고 90년의 10개년계획에서도 들먹여졌던 것인데 아직 실현되지 않은채다.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은 그 수립과정이 즉흥적이다. 좋게 말해 영감적이다. 문화예술이 영감의 소산이라 해서 그 영감의 전달·확산 방식마저 영감에만 의존하란 법은 없다. 물론 모든 정책이 그렇기는 하지만 문화정책이야말로 가장 창의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문화정책은 그 자체가 하나의 창작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정책이 비과학적이어도 괜찮은 것은 아니다. 공상과학소설일 수도 없다.

지표란 것이 있다. 방향을 가리키기 위한 표지로서의 통계를 말한다. 지표는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정확히 알려줌으로써 진로를 제시한다. 길을 찾는데 아무리 상세한 지도가 있고 나침반이 있어도 현 위치를 모르면 무의미하다. 지표는 정책의 기초다. 사회정책은 각종 사회지표를 가지고 출발한다. 문화정책도 마찬가지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문화지표라고 내세울만한 조사가 미진한 상태다.

그동안 문화통계는 인구센서스 등을 통한 사회지표의 극히 일부로만 다루어져 왔고 독립된 지표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문예진흥원이 「문화예술자료집」을 낸 것이 89년이었고 그후의 조사결과와 각종 집계를 모아 작년말에 「문화예술통계」라는 통계집을 발간했다. 여기에는 문화재의 현황,문화예술인의 실태와 활동,문화예술행사와 그 참가도,문화시설 이용도,도서 발행량과 독서인구,TV·라디오의 시청률,신문·잡지의 구독률 등이 들어있다. 이 가운데 문화향수 부분은 문화발전 연구소가 91년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에 의뢰하여 작성한 「문화향수 실태조사」를 인용했다.

그러나 이 통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이 총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다. 스포츠는 올림픽에 나가면 세계 10위권의 강국인데 문화는 올림픽이 없어 강대국인지 약소국인지 국세를 우리 스스로가 모른다. 약하다면 특히 어느 분야에서 취약한가가 진단되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걸핏하면 따지면서 개인당 문화의 부적가치는 캄캄하다. 국민의 문화적 욕구와 열망의 도수도 측정되어야 한다. 나라 전체의 문화 창출능력과 향수 능력 그리고 그 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선진문화국과의 비교가 절실하다.

통계청이 조사한 사회지표 가운데는 피아노나 오르간을 소유한 가구수가 전국의 6.0%(85년기준),전축은 36.7%(90년),책을 5백권 이상 소장한 가구는 1.5%(90년)라는 수치가 나와 있다. 이뿐 아니라 가령 피아노나 다른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인구는 얼마나 되는지,그림을 그릴줄 아는 사람은 몇%인지,그림을 이해할 줄 아는 정도는 어느 만큼인지,시는 몇편씩이나 외우는지 등등에 이르기까지 그 계수가 파악되어야 한다. 이런 문화 전반에 관한 관심도,이해도,욕구도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문화적 총역량을 계량하자면 대대적인 문화센서스가 필요하다. 합리적이고도 지속적인 문화정책은 이 지표가 가르쳐 주게된다. 이 지표의 조사 자체가 가장 중요한 문화정책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도 한국문화정책연구원은 있어야 할 것이고 이것이 연구원의 첫 과제가 될 것이다.<본사 상임고문·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