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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의혹의 뭉칫돈」/율곡사업 감사 마무리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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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의혹의 뭉칫돈」/율곡사업 감사 마무리단계

입력
1993.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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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예금계좌 추적 물증확보 총력/내달초 「부패 먹이사슬」 결과 발표계획율곡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사활을 걸다시피한 총력감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베일에 싸여있던 온갖 비리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율곡사업에 관여했던 전직 국방 고위관계자들의 예금계좌 추적이 본격화되면서 「의혹의 뭉칫돈」이 가명계좌 등에서 수억원씩 포착됐기 때문이다.

5,6공 당시 군실세로 행세하다 검은 돈의 수수 등으로 치부가 드러난 인사들은 감사원의 고발과 사법당국의 사법처리 수순을 예상하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미 지난 4월말 도미,5억원의 뇌물수수 등 자신을 둘러싼 비리조사에 비켜있으나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인사는 『친구들이 골프치는데 용돈으로 쓰라며 준 돈일뿐』이라고 1억원이 넘는 돈의 출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

예금계좌 추적을 벌이고 있는 감사원의 제5국 소속요원들은 돈의 출처와 관계없이 통장마다 발견되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뭉칫돈」에 놀라고 있다.

일부 군고위인사들의 통장에서 율곡사업과 무관한 수천만원대의 돈이 발견됐는데 이는 『인사비리 등과 관련된 돈일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예금계좌와 은닉재산 추적을 벌여온 감사원 5국의 전담요원들은 현재 드러난 뭉칫돈의 출처파악에 주력,「물증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감사원은 당초 이종구 전 국방장관 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서동렬 한주석 전 공군 참모총장 등 전직 국방 고위관계자 14명이 집중 조사대상이라고 밝혔으나 권영해 현 국방장관 등 군 현직 주요인사 2∼3명과 방위산업체 책임자급 인사 4∼5명,무기중개상 등도 은밀히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황영하 사무총장은 7일 『주요 포스트에 있는 인사들은 모두 예금계좌 추적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혀 이를 반증하고 있다.

현재까지 감사원의 추적에서 뇌물수수 등 검은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 인사는 이 전 국방장관,김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외에도 3∼4명이 더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사원은 이번주에 이들의 물증 확보작업을 마무리하고 늦어도 이달중으로 검찰에 정식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또한 「수사」가 아닌 「감사」의 한계상 물증확보가 어려운 인사들에 대해선 예금계좌 추적결과 등 감사자료를 일괄적으로 검찰에 넘겨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퇴직자 등 민간인 신분의 인사들에게 출석답변 요구서를 발송한 전례가 없었던 점을 감안,이 전 국방장관 등 증거확보가 끝난 인사들은 본인에 대한 직접 조사없이 검찰에 바로 고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런 식으로 파헤치면 5·6공 군부실세중 살아남을 사람이 있겠느냐』는 군일각의 푸념어린 지적에 예외없는 사정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감사원의 고위관계자는 율곡사업 감사와 관련,『30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국가예산을 쓰면서도 사실상 감사의 「치외법권」이었던 만큼 검은 돈의 거래는 물론 예산의 자의적인 집행실태도 상상을 불허한다』며 율곡사업의 실상을 불허한다』며 율곡사업의 실상을 설명하고 있다.

○…율곡사업 감사를 위해 총무과 등 일반 직원들에게까지 정보수집을 지시했던 감사원은 일단 12일 실지감사팀을 모두 철수시킬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실지감사팀은 지금까지 율곡사업 실무자들을 상대로한 사실조사를 마치고 이번주에는 실무담당 과·계장들을 상대로 주요 사업별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문답서 작성에 들어간다.

문답서란 일종의 조서로 일문일답 형식의 질의 응답속에 문제된 사업의 추진배경·책임자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감사원은 또한 국방부 본부·국방군수본부·군전력증강위원회의 국장급 이상들을 상대로 문제점을 최종 확인하는 질문서를 보내 답변을 들은뒤 실지감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이에따라 내주부터 KFP(차세대 전투기) P3C(대잠수함 초계기) 구축함 차세대 헬기 등 율곡사업의 주요무기 구매 20여 부문에 대해 감사처리를 위한 최종보고서를 작성한뒤 내달초 감사위원회를 거쳐 감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감사관들은 『국민들은 부패한 돈을 수수한 사람들의 명단에 많은 관심을 갖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율곡사업 전체의 문제점을 밝혀내 예산낭비 등 악습의 재연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감사원은 율곡사업에 대한 감사결과가 발표되면 과거 정부에서 자행돼온 예산낭비·자의적인 예산집행 등 구조화된 비리가 척결되면서 이에 기생해온 「부정부패 먹이사슬」이 단절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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