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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단」 재판에 쏠린 관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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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단」 재판에 쏠린 관심(사설)

입력
1993.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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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이 또한번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작년 10월 연루자 62명이 무더기 구속기소되면서 안기부에 의해 그 전모가 밝혀졌던 이 사건은 남로당 이래 최대의 간첩단사건이어서 당시 남북 화해무드에 젖어있던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었다. 그리고 이 사건여파가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쳐 대선때 사상논쟁의 불씨노릇을 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그런데 또다른 놀라움은 이 사건에 대한 1심공판 결과이다. 집장독대 밑에서 미화 2백만달러의 공작금이 나와 국민을 경악케했던 전민중당 공동대표 김낙중,「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전민중당 조통위장 손병선 등 주범들에게 구형됐던 사형이 무기로 낮춰 선고되고 기소된 62명중 22명이 집행유예판결을 받은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재판부가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의 존재를 부인,실제명칭이 북한과 연계된 자생적 주사파조직인 「민족해방 애국전선」이고,월북한 거물급 여자공작원 「이선화」가 북한 당서열 22위인 이선실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밝힌 점이다. 재판부가 간첩행위에 대한 공소사실은 거의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이처럼 선고형량을 낮추고,이 사건의 두가지 핵심적 요소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재판은 어디까지나 재판부의 고유권한이고,그 결과에 대해 피고인이나 검찰이 모두 불복항소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로서는 지금 당장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니다. 검찰도 이미 재판부의 시각과 형량에 불복,항소심에서 모든 관련증거를 총동원,사건성격과 전모를 입증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그 추이를 깊은 관심속에 지켜볼 수 밖에 없겠다.

그러나 1심 재판결과를 또한번 놀라움속에서 지켜본 국민적 입장에서는 몇가지 소회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음을 검찰·안기부 등 수사당국이나 사법부가 두루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국민적 관심의 하나가 바로 공안사건에 대한 수사당국의 과대포장 문제이다. 과연 이번 사건도 과거의 다른 공안사건들처럼 「사상 최대규모」로 과대포장된 것이 아니었는지가 가장 궁금한 것이다. 사건의 두 핵심요소가 부정되고 주범들에 대한 선고형량이 낮춰지고 무더기 집행유예선고가 내려질 정도면 이 문제는 상급심에서 반드시 가려져야 할 것이다.

또다른 국민적 소회는 권력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일쑤였던 공안사건들에 관한 새로운 성찰이다. 공안사건이라면 증거가 허술해도 무거운 형이 내려지던 과거의 관례도 새로운 시대정서에 맞춰 이제 바로 잡혀질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수사의 과대포장과 함께 권력에 눌리던 과거의 잘못된 재판관례도 아울러 고쳐져야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결과적으로 여러가지 교훈을 남기고 있다. 사건의 적발을 통해서는 현실을 잊은 화해무드에 일단 경종을 울렸는가 하면,재판과정을 통해서는 또다른 근본적인 문제들을 노출시킨 것이다. 국민들은 상급심 재판과정을 어느 때보다도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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