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간 민자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된 정부 각 부처의 시정계획을 보는 국민들은 그 계획의 실천여부를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각 부처의 보고대로라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각종 개혁작업이 홍수를 이뤄 국정전반이 대대적으로 개선·쇄신될 것 같기 때문이다.대통령직 인수위의 현황 보고회가 각 부처의 「업무계획 부풀리기」와 「한건주의」의 한마당같이 된데 대해 민자당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5일로 정부 33개 부처 및 주요기관의 업무현황 청취를 끝냈다. 흔히 구미 선진국의 정권인수위는 업무현황 청취와 함께 새 정부의 요직인선과 장차 중점시책 추진계획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민자당의 경우는 정권인수에 관한 명확한 선례가 없는데다 자칫 초래될지 모르는 부작용 등을 우려하여 국무총리 등 요직인선은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고 인수위원회는 정부의 업무인수와 취임식 준비를,당정책기구는 공약의 실천방안과 주요 시책수립을 각각 맡기로 한 것은 알려진대로다.
이같은 업무분담은 민자당의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이해하나,인수위의 경우 당초 우려했던 문제점들이 쉽게 드러났다. 즉 15명의 위원을 3명씩 5개분위로 나눈데다 각 분위가 수개 부처씩 맡아 1개 부처당 2시간 정도씩 주마간산식의 보고를 들어 형식적인 청취·검토로 시종한 것이다. 더구나 경제분야의 경우 장차 김영삼정부가 가장 역점을 둘 분야인데도 의원중 경제관계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지닌 인사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도 중대한 허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인수위의 형편이 이러한데다 각 부처의 업무계획 부풀리기 경쟁과 새 정부에 대한 환심사기 등의 행태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충분한 것이다. 각 부처와 기관들이 오랫동안 부처 이기주의와 보수적 자세로 「불가」와 「유보」만을 고집하던 태도를 갑자기 바꾸어 나왔기 때문이다. 금리인하,자동차 주행세 신설,생수시판,환경채권 발행 및 환경세 신설,각종 대민 규제완화 등이 그것이다. 특히나 경제부처의 경우 물가 연 3% 이내 억제,국제수지흑자,95년에 1인당 국민소득 1만5천달러 달성을 내세우고 총무처가 중앙인사위원회안을 제기한 것 등은 민자당의 대선공약을 적당히 재탕한 것이어서 아연할 따름이다.
물론 인수위가 보고청취 과정서 경부고속철도의 차종과 제2이동통신 등 주요 국책사업의 결정을 새 정부에 넘기도록 못박은 것은 성과라고 할 수는 있지만 이 정도의 보고 청취라면 각 부처별로 상세한 업무현황과 중·장기 계획을 문서로 받아 정밀 검토했어야 보다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인수위는 19·20 양일간 김영삼 차기 대통령에게 종합보고를 하고 차기 대통령은 이달 하순부터 각 부처장관들로부터 현안보고를 듣는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인수위가 할 일은 취임식 준비 밖에 없다.
이제 인수위는 새로운 일을 찾아나서야 한다. 새 정부의 출범을 준비하는 일은 끝도없이 산적해 있다. 더구나 어느 때보다 온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점에서 보다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인수위는 각 분위별로 청취한 업무계획을 토대로 당장 내일부터라도 각계 전문가·단체 및 원로들을 초청 또는 면담하여 그동안 정부시정의 장·단점에 대한 의견을 들어 분야별 중·장기 국정수행 계획을 마련,앞으로 당정책기구의 안과 조정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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