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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할머니 전재산 3억여원 사회위해 “선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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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할머니 전재산 3억여원 사회위해 “선뜻”

입력
199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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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거주 박석심씨/사별남편과 허리띨 졸라 모아/사랑의 쌀·장학금 등 두루기탁/가족회의서 아들·딸도 흔쾌히 동의1.4후퇴때 빈손으로 월남했던 71세의 할머니가 남편과 함께 평생 모은 재산 3억4천만원을 사랑의 쌀나누기 성금을 비롯한 불우이웃돕기성금과 장학기금으로 희사했다.

박석심씨(71·여·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 시범아파트 7동 52호)는 지난 5일 사랑의 쌀나누기운동본부에 5천만원을 전달한 것을 비롯,대한성결교회의 소년소녀가장돕기 및 아동복지기금,장로회신학대학,아세아연합신학대학 등에 모두 3억4원만원을 기탁했다.

박씨는 재산희사 사실이 알려지기 싫어 성금을 여러곳에 나우어 기탁했고 아들 딸들도 교회 관계자에게까지 성금출처를 비밀에 붙여주도록 애써 당부했었다.

박씨의 성금은 지난 6월6일 81세로 별세한 남편 장동진씨와 40년 가까이 털실장사 등을 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룩한 전재산이다.

『돌아가신 영감이 돈모으는 것만 아셨으니 이젠 어려운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주렵니다. 나에겐 여생을 보살표줄 세 아들과 딸이 있지요』

아직모 평안도억양이 강한 박씨는 평양에서 박인관목사의 둘째딸로 태어나 평양 장수원인민학교에서 근무하다 51년 1.4후퇴때 옷꾸러미만 하나들고 월남했다.

남편 장씨 역시 평양에서 1돈반짜리 금가락지 1개를 품고 1.4후퇴때 서울에 온 실양민으로 53년 주위의 권유로 박씨와 결혼했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털실장사를 시작한 부부는 무일푼에서 60년대중반까지 상당한 재산을 모았지만 아이들 옷가지 하나 사는데도 돈을 아낄 정도로 내핍생활을 계속했다.

장씨는 장사를 하면서 불규칙하게 식사를 하다가 얻은 위염때문에 63년부터 자리에 누어지냈고 병을 고치려 낚시를 시작하고도 낚싯바늘 하나를 아끼고 청바지를 사달라는 아들을 나무랄 정도였다.

『가장 고마운 것은 남을 도울 수 있게 선뜻 뜻을 모아준 아들 딸입니다』

장씨가 별세한뒤 남겨진 재산을 성금으로 기탁키로한 것은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출가한 맏딸 순정씨(50)외에 순영(40) 순웅(37) 순욱(35) 등 세아들은 모두 독립된 작은사업을 시작했으나 부모가 모은 재산을 희사한다는데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았다.

87년부터 만성 신부전증을 앓아 장남 순영씨의 등에 업혀 병원을 다닐 정도로 몸이 불편한 박씨를 대신해 성금은 아들딸이 골고루 나눠 기탁했다.

박씨는 이제 가진것이 아무것도 없게 됐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착한 마음씨를 지닌 아들딸을 길러낸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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