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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금남의 요람」 달라져야 한다(대학을 살리자: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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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금남의 요람」 달라져야 한다(대학을 살리자:35)

입력
1992.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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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위주 교육탈피 첨단과등 신설/국제화시대 맞는 「전문여성」 양성을/사회도 「제도적 차별」등 철폐… 학생들 학구열 북돋워야의존과 타율의 틀속에서 현실에 안주해온 우리나라 여자대학들이 급변하는 사회의 세찬바람을 맞고 긴잠을 깨면서 위상 재정립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1886년 이화여대 전신인 이화학당으로 출발한 우리나라 여자대학은 지난 1세기 동안 한국여성의 지위향상과 의식개혁에 크게 기여해왔다.

일제하에서는 가부장적 유교윤리의 족쇄에 묶여있던 여성을 시민적 권리와 지각을 가진 신여성으로 해방시켰으며,건국이후에는 남성과 대등한 권익확보와 주목할만한 사회진출을 통해 국가발전에 공헌해왔다.

전국의 여자대학은 이화 숙명 덕성 성심 성신 상명 서울 동덕 부산 효성 등 10개교로 91년말 현재 학부에만 6만3천여명이 재학하고 있을 만큼 양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역사적 기여도와 외형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여자대학은 많은 문제와 어려움을 안고 있다.

대체적으로 재단이 취약한 여자대학들은 그동안 전통과 희소성만을 내세우면서 투자는 물론 자기 혁신을 외면해온 것을 인정한다.

○교과편제 과감 개편을

특히 대학자율화로 무한경쟁이 시작되면서 중위권 남녀공학 대학군에 추월당하고 있다는 압박감을 학교당국과 학생들이 함께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이 여자대학으로 하여금 교육환경 개선과 학교 이미지 환원에 박차를 가하게 한다.

지난해말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체 여자대학의 교수 1인당 평균 학생수는 36명을 상회했으며 어느 대학은 50명에 육박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전용강의실조차 없이 학과를 신설하는가 하면 기숙사는 형식적으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용능력이 턱없이 모자란다.

모든 대학이 깊이있는 학문탐구를 통해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고 있으면서도 대학원 시설과 교육내용이 보잘 것 없다.

이화 숙명 등 3∼4개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학원 개설학과수가 전체학과의 절반에도 못미치는가 하면 박사과정이 아예 없는 대학도 두곳이나 있어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거나 텃세 심한 타대학원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여대 대학원 학생회가 최근 자체적으로 실태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학생수는 5백명이 넘는데도 강의실은 10개 뿐이며 세미나실마저 없고 도서관의 대학원생 전용좌석수가 80석에 불과하다.

대학인근의 교육환경도 대부분의 대학이 건학이념으로 내세우는 「진취적이고 봉사하는 여성 시민상」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 신촌과 돈암동 등 여대 앞길은 각종 소비향락적인 가게들로 즐비하고 서점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여성끼리의 경쟁한계 ▲학교재정과 동문회 역량의 취약성 ▲남녀차별 의식해소에 따른 여대 기피현상 등의 이유를 내세워 여자대학이 금남의 문을 활짝 열고 남녀공학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성신여대 김진일 학생처장은 사견임을 전제,『학문의 질적인 향상과 지도력있는 여성인력 배출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남녀공학으로서의 전환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녀공학 전환 고려도

지방 최초의 여자대학인 대구 효성여대도 3년전부터 남녀공학을 밀도있게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최윤수 기획실장은 『현재까지는 여자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공감하고 있지만 남녀공학 선호경향이 심화되고 경쟁적 학문여건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굳이 여자대학을 고수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많은 여자대학 관계자들은 현재 위축된 교육실태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제도적 차별 등 외부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보고 여대 발전론을 편다.

덕성여대 유정렬총장은 『여자대학은 남녀공학에서 취급할 수 없는 여성관련 학문의 발전과 여성중심의 가치관 형성 등 여대 특유의 시대적 사명과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장필화 여성연구소장은 『여성의 전인적 고등교육은 여자대학만의 특수한 능력』이라며 『학문풍토 조성을 위한 여자대학의 자구노력과 함께 사회전반의 여대에 대한 인식전환 등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숙한 여인상」 등을 강조하는 여자대학의 덕성교육도 중요하지만 국제화 정보화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인재양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남녀대학과의 학점 및 학사교류 등을 통해 경쟁적 학풍을 조성해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학과 및 교과과정도 여타 대학과 차별화,여성중심의 교과목과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학부에 여성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한 곳도 없으며 대학원의 경우도 이대에만 개설돼 있다.

한편 현실안주적인 학문풍토와 타성에 젖은 학사운영 등을 반성하며 남녀공학 대학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여자대학들이 늘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 3월 「대학발전위원회」를 구성,▲과학기술대 및 사회복지,여성개발,산학협동 등 3개 특수대학원 설립 ▲대학과 학과편제 개편 ▲건물 증·개축 등 5개 분야를 정해 본격적인 학사개혁에 들어갔다.

특히 국내 여자대학에서는 처음으로 95년 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목표로 공과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재활의학,언어치료,노인학과 등 사회복지 관련학과를 앞당겨 신설,특성학과로 중점 육성하기로 했다.

또한 95년까지 전임교수 수를 현재 4백40명선에서 6백명선으로 대폭 늘리는 한편 ▲교수직을 얻지 못한 박사급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박사후(Post­Doctor)제도 신설 ▲석좌교수제 도입 ▲교수연구기금 조성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교수·강사등 확충 시급

이와함께 현재의 학교시설로는 선진교육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모든 단과대 건물을 증·개축하는 한편 일반인 대상의 사회교육전담기관인 종합문화센터를 신축할 예정이다.

숙명여대의 경우 지난 9월 「10개년 장기발전계획」을 마련,2002년까지 교수확보율을 현재 60%선에서 75%로 늘려 36명인 교수 1인당 학생수를 30명으로,50%에 달하는 시간강사 의존도를 40% 수준으로 각각 낮추기로 했다.

이와함께 연구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한편 ▲유사교과 통폐합 및 교양과정 개편 ▲첨단학과 신설 ▲대학전산화 완비 등을 조기에 달성키로 했다.

숙명여대는 특히 성적 불평등과 여성의 소극화를 초래한 「현모양처」 위주의 교육방식에서 탈피,산업화 정보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전문여성인력 육성에 초점을 두어 교육이념 자체를 바꾸기로 했다.

효성여대도 최근 중장기 학교발전기구를 발족시켜 첨단정보 관련학과 중심의 공과대 설립과 여성학과 중심의 대학원 신설을 골자로 하는 발전계획안을 만들어 연구중이다.

여자대학의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가정법률상담소 이태영소장은 『자율과 평등,남녀차별 철폐,여성의 실질적 사회진출 등을 위해 여자대학이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를 냉정히 되짚어야 한다』고 지적,『타율의 벽을 넘어 민주적인 독립인격체 양성에 힘쓴다면 우리나라 여자대학의 앞날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이대 생활지도연 설문조사/신입생 43%가 “장래유익 여대 진학”/88%가 “졸업후 유학·취업등 일하겠다”

우리나라 여자대학 신입생들은 대체로 대학 및 학과선택에 필요한 사전정보를 충분히 갖지 못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 학생생활지도연구소가 올해초 이 학교 신입생 3천5백1명을 상대로 실시한 「신입생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공학과의 면면에 대해 41.4%의 신입생이 「알지 못한다」고 응답한 반면 「잘안다」는 학생은 8.2%에 불과했다. 대학을 선택하게 된 동기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합격가능성」 「학구적 분위기」 「역사와 전통」 순으로 꼽았으나 교수진,학교시설 등 실질적 교육환경에는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았다.

한편 「입학후 예상되는 문제가 무엇이냐」는 설문에 대해서는 대학생활 적응여부(30.3%) 장래의 진로(19.4%) 대인관계(14.2%) 순으로 답했다. 신입생들은 대학생활을 하면서 가치관 확립,취미생활,동아리활동 등에 비중을 두겠다고 응답했다.

「대학생활에서 무엇이 가장 알고 싶으냐」는 질문에 56.4%가 전공내용과 졸업후 전망 및 효과적인 학습방법 등이 궁금하다고 말해 신입생들의 높은 학구열을 그대로 반영했다.

신입생들은 「대학생의 임무와 역할」은 지성인이 되기 위한 교양과 자질함양(50.4%),유능한 사회인의 기틀마련(25.6%),사회현상에 대한 관심과 개선(9.9%),이웃에 대한 봉사(3.4%) 등의 순으로 꼽았다.

이같은 성향은 학생운동을 보는 시각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는데 43.4%의 신입생들이 물리적 의사표현에 반대했으며 46.4%는 과격하지 않은 범위내에서 행동표현에 찬성했다.

졸업후에는 대학원 진학,유학,취업 등으로 88%가 「일을 하겠다」고 응답한 반면 「결혼 또는 무계획」이라고 한 학생은 전체의 10%에도 못미쳤다.

이와함께 85%가 결혼후 사회활동 의사를 밝혔으며 66.4%는 자녀를 가진뒤에도 직업을 계속 갖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대학에 진학한 것이 장래에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42.7%가 긍정적,17.5%는 부정적,32.4%는 입장표시를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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