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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공약 「환상」인가 「과학」인가/김영조(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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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공약 「환상」인가 「과학」인가/김영조(목요진단)

입력
1992.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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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개인이건 집단이건 인간들이 그려내는 정치적 미래상에는 두가지 극단적 유형이 있다. 하나는 「환상적 유토피아」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적 정강·정책」이다. 「환상적 유토피아」에 가까운 정치적 미래상들은 환상적인만큼 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과 개혁의지를 나타내지만 구체적 실현방법과 현실적 이행전략이 결여되어 있어 실용성이 없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나 캄파넬라의 「태양의 도시」 같은 것들이 그 전형이다.○정책대결의 양상

이와는 달리 「과학적 정강·정책」에 입각한 미래상은 환상적은 아니지만 실현가능한 목표의 설정과 목표달성을 위한 객관적 수단 및 합리적 이행전략을 제시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근·현대 정당들이 내세우는 공약(정강·정책)의 체계적 총체로서의 정치적 미래상들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제14대 대선을 앞두고 민자·민주·국민 3당이 발표한 정책공약들을 보면 「과학적 미래상」인지 「환상적 유토피아」인지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 3당 공약중 극히 일부만을 보아도 아래와 같은 미래상이 그려진다.

「부정부패와 모든 사회적 갈등은 해소되고,1∼2년 이내에 물가는 3%이내로 안정되며 5년이내에 국민소득은 2만달러에 달한다. 농촌생활 수준이 도시 수준으로 상승되며 주택공급률은 90%에 달한다. 3년내에 무역흑자가 3백억달러에 이르고 국가 경제력은 세계 8강에 오르며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도 달성된다…」

물론 이번 대선에 임하는 각 정당의 자세가 상황의 변화와 국민적 여망을 반영,「민주」대 「독재」니 「군부」대 「문민」 등과 같은 과거의 쟁점구도를 벗어나 정책대결의 양상을 나타내려 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또 각당이 각기 의욕적인 정책공약을 한껏 내세우는 것까지도 좋다.

○몇가지 문제점들

그러나 3당의 공약은 아래와 같은 몇가지 점에서 「과학적 정책」이 아닌 「상환」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첫째는 내세운 목표(미래상)를 실현할 수단의 입증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이 재정적 뒷받침인 바,3당의 공약은 현재 예산의 2배로 실현이 불가능한 방만한 목표를 설정해 놓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둘째는 정책목표 상호간의 체계적 정합성이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세수는 줄이고 지출은 확대하며,여기저기 몇조원씩 약속하면서도 통화에는 무신경이면서 물가는 3%로 잡겠다는 식의 공약에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는 정책공약 사이의 우선 순위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어차피 일정한 시기에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유한하게 마련이므로 추구하여야할 목표간에 우선 순위가 정해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한 목표의 추구때문에 다른 목표를 포기해야 하는 정책간의 교환조정(Trade off)이 불가피하게 마련인데,3당의 공약에는 그러한 과학적 「솔직함」이 없다는 것이다.

3당의 정책공약은 모두 「과학적 정책」이 갖추어야 할 세가지 기본조건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인기에 영합하는 것은 무엇이든 늘어놓는 백화점식 나열이 되어 버렸다. 보다 정확히 지적하자면 인기 영합을 위해 정책의 과학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로인해 각 당의 공약은 아래와 같은 네번째 결함을 나타내게 되었다. 즉,각 당의 정책공약이 포장과 배열만을 달리한 비슷한 상품군이 되고 그 결과 정당간의 차별화가 불가능해짐으로써 선거에서 공약이 담당해야 하는 정치적 기능인 유권자에게 선택의 기준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졌다.

마지막으로 3당 공약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느 당의 공약에서도 세계속의 한국을 이끌어갈 국가적 대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3백억 달러의 무역흑자,안보와 통일달성,세계 8강의 경제대국… 이런 과제들은 그 어느 하나 주변열강은 물론 복잡한 세계 정세에 대한 대전략없이 국내적 대책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미국의 클린턴이 내정중시 전략을 택했다고 해서 우리도 눈을 안으로만 향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특히 주변 열강간에 냉전때와는 다른 새로운 패권확립 동향과 이에대한 새로운 세력균형 노력이 태동하고 있는 마당에 어느 당의 공약에도 한국이 취할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대외전략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여간 허전하지가 않다. 공약에 국제감각이 결여되어 새로운 시대에 부응할 지도자적 자질에 확신이 가지 않는 것이다.

○선의 공방 지속을

목하 언론과 각종 시민단체가 3당 공약의 허와 실을 밝히는 작업이 한창이다. 각 정당도 나름대로 그들의 공약이 「환상」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선의의 공방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되도록 3당 공약의 허실과 우열을 밝히고 차이점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한 작업 없이는 이번 대선도 또다시 정책대결에 의한 판단이 아닌 지연과 막연한 무드 그리고 이미지 선거로 끝나버릴 것이기 때문이다.<국민대·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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