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은 28일 상무위원회에서 김영삼 대통령후보를 총재로 선출함으로써 이제 명실상부한 김영삼체제의 여당을 출범시켰다. 지난 5년간 여당을 끌어왔던 노태우대통령은 명예총재로 추대되어 후선으로 물러났고 김종필씨가 대표최고위원으로 김영삼대표의 뒤를 이음으로써 민자당으 오는 12월의 대통령 선거라는 대사를 치르기 위한 체제정비를 마무리 했다.차기정권의 재창출에 도전하는 여당의 대통령후보이자 여당의 당권까지 한손에 쥐게된 김영삼총재는 개인적으로 전례없는 영광의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감격이 벅찬만큼 한편으로 책임 또한 무거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수십년동안 야당 지도자로서 문민정치를 외쳐온 김 총재가 군출신 인사들을 제치고 집권여당의 총수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우리 정치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문민정치의 실현이라는 획기적인 의미 이외에도 오랜 세월을 특정지역 출신 인사 위주로 나라가 좌지우지되어 왔다는 소위 TK정치 시대의 종말을 고했다는 의미 또한 작지 않다.
김 총재 자신도 그러한 시대적 변화의 의미를 절감한듯 이날 총재취임사를 통해 문민정치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민주화 시대에서 펼칠 문민정치는 군출신 지도자들이 해왔던 권위주의 시대의 정치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우선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해서 여론의 방향을 따라가는 유연한 정치를 펴야할 것이다. 권위주의시대가 휘두르던 강권이나 경직된 사고방식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눈치 저눈치 보면서 왔다갔다하는 소신없는 정치를 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김 총재가 취임사에서 강조한대로 개혁에 과감한 강력한 정부,강력한 지도자를 지향해야할 것이다. 국정운영이나 당운영,개인 사생활에서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갖춘다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김 총재가 취임사에서 비교적 냉철하게 진단한 한국병의 치유를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고도의 도덕성이 동시에 겸비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우선 이번 대통령 선거를 민주화 시대의 문민정치 축제답게 깨끗하게 치러야 한다.
만일 이번 대통령 선거를 타락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경우 문민정치는 출발부터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우리는 깨끗한 선거에 대한 김 총재의 다짐을 국민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감한 인사쇄신이다. 김 총재의 등장이 곧 TK인사시대의 청산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음미해볼때 지역성을 탈피한 공정한 인사는 문민시대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최대의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경북의 TK대신 부산·경남의 PK시대가 왔다는 말을 절대로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과거 오랫동안 권위주의 시대에서 집권자를 욕하거나 반정부 구호를 외쳐대는 야당투사로 일관해왔던 김 총재가 이제 막강한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와 총재를 동시에 차지하는 극적장면을 지켜보면서 슬그머니 이는 우려가 한가지 있다. 높은 권력의 자리에 올라가면 주변의 인의 장벽에 둘러싸여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위주의로 흐르게 된다는 역사에서의 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권력자를 둘러싼 관료체제에 안주해 버리면 바깥 세상물정이나 국민여론의 향배를 잘 모르거나 알아도 잘못 아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생각이 경직되고 개혁은 커녕 현실에 도취되어 정치를 그르치게 되는 것이다. 문민정치의 기수다운 신사고와 개혁정신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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