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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비자금 연 4백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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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비자금 연 4백억선

입력
199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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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 「주머니돈」 성격… 감사원등 확인/구제금융 전용등 불법조성/작년 상반기 규모는 「3백억 로비」설과 일치도수서사건과 관련,문제의 초점이 되고 있는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의 비자금 성격의 개인자금 규모는 연간 4백억원대 규모인 것으로 감사원과 국세청 조사결과 확인됐다.

이같은 개인자금 조성이 범양사건 등 다른 대형사건 때와 달리 탈법적인 방법보다는 주로 제도상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금융·세제상의 보완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자금 규모◁

감사원과 은행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정 회장이 개인적으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비자금 성격의 개인자금은 87년의 경우 4백20억원대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보철강과 주택으로부터 한보상사가 빌려 이를 다시 정 회장이 빌려쓴 자금 4백18억원을 포함,상사의 접대비 1억원,철강·주택의 공식접대비·기밀비 3억원 등 장부상 확인된 4백22억원과 기타 부동산 양도차익 및 각종 절세자금이 이에 보태어진다.

장부상 공식확인된 연도별 비자금은 86년말 6백41억원,88년말 4백억원대,89년말 2억여 원,90년 6월말 3백8억원 등이다.

89년과 90년은 한보철강으로부터 정 회장이 가져다쓴 돈만 집계돼 있어 규모가 줄어들었다.

확인된 최근 4년간의 비자금만도 연간 평균 4백43억원,총 1천7백억원대에 달한다.

특히 수서문제가 은밀히 추진되던 90년 상반기중 정 회장의 개인자금 규모는 3백8억원으로 항간에 알려진 로비자금 규모와 일치하기도 한다.

▷조성수법◁

정 회장은 이 자금의 대부분을 한보상사라는 정 회장 개인사업체를 통해 법인(한보철강·주택) 자금을 빌려오는 수법으로 조성했다.

이 법인자금은 주로 은행대출금이기 때문에 결국 정 회장 비자금의 주종은 은행대출금인 셈이다.

예를 들어 87년의 경우(도표참조) 조흥·신탁은행은 구제금융으로 법인에 5백81억원을 대출해주고 법인은 가지급금으로 4백18억원을 한보상사에 빌려주며 정 회장은 상사로부터 다시 대여금 형식으로 이 4백18억원을 가져다 썼다. 이같은 대여금은 확인된 것 만해도 86년 6백41억원,90년 상반기 3백8억원 등이다.

여기서 한보상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은행대출금인 법인자금이 제도상의 별다른 제약없이 정 회장의 주머니돈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법인자금을 직접 정 회장 개인이 가져다 쓸 경우 연간 4백억원대라 주거래 은행과 감독관청에 쉽게 드러나 제재를 받게 될 뿐더러 과세상 문제도 있다.

따라서 정 회장은 한보상사라는 기업체가 다른 기업체(법인)에서 돈을 빌려쓰는 편법을 동원해 당국의 감시도 피하고 절세도 했다.

이렇게 빌리는 수법으로 조성한 것 외에 법인 및 상사의 공식기밀비와 각종 부동산소득 등 개인의 소득과 절세자금도 정 회장의 개인 주머니 자금으로 보태어졌다.

▷사용처◁

이렇게 조성된 개인비자금이 모두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은 물론 없다.

관계당국자들은 우선 이 비자금이 계열사 운영자금에 상당부분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한보는 30대 재벌에 속해 은행여신관리대상이 되므로 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사기업체(상사)를 매개체로 활용해서 계열사 중 자금이 풍부한 법인의 여유자금을 자금이 부족한 법인에 우회해서 빌려 주게 해 법인간의 자금의 과부족을 조절해나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백억 원 규모의 거대한 개인주머니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조사나 수사 없이는 알기 어려운 일이다. 그중 상당부분이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또 정 회장 개인이 부동산을 사고 파는 투기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많다.

▷문제점◁

관계자들은 정 회장의 연간 4백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대해 은행빚인 법인자금을 땅투기·로비 등에 사용한 점과 관련해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으나 법률상 하자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 회장이 20여 년 간의 세무공무원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상의 맹점을 비집고 들어가 제도가 허용한 테두리내에서 개인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정 회장이 법인이라는 「들러리」들을 앞세워 각종 금융·세제상의 혜택을 받은 뒤 이 돈을 「상사」를 통해 합법적으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또 이 비자금은 장부상 기재돼 있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선 비자금이 아니라 제도의 허점이 베풀어준 정 회장의 주머니돈인 셈이다.

한보뿐만 아니라 다른 재벌들도 이같은 제도상의 맹점을 이용해 은행여신관리를 피해 나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일개 그룹에서 연간 수백억 원의 은행대출금이 고스란히 소유주 개인(회장) 손으로 넘어갈 수 있게 돼 있는 제도상의 허술한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이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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